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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노트님의 서재
  • 사랑에 관한 이야기
  • 나나용
  • 11,700원 (10%650)
  • 2025-02-14
  • : 120
과연 이것도 사랑일까.. 사랑의 다른 이름은 뭘까. 🤍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 대한 나름의 선입견이 있었다. 아름답고, 헌신적이며, 고귀한 사랑. 장미의 가시처럼 고통이 따르지만 영원불멸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작고 짧은 소설이, 30분이면 앉아서 휘리릭 읽어버릴 것 같은 글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묘했다. 무겁게 와닿는 뭔가가 한참을 멍하게 만들었다.

첫째 아이의 정글리안 햄스터가 2년 정도 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뒷산에 묻어준 적이 있다. 처음엔 살짝 건드리는 것도 쉽지 않아서 움찔움찔했던 내가 나중엔 동그랗고 까만 눈과 보들보들한 털, 견과류를 귀엽게 갉아먹던 모습에 반해 딸이 없을 땐 간식도 챙겨주고 물통도 갈아줄 정도로 정이 들었었는데,,, 😢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의 감정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평온하게 자는 듯이 눈을 감고 있는 작은 생명체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며, 아이들과 나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펑펑 울었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햄스터는 다른 의미였다. 아들을 가지려다가 '실수'로 태어난 혜영의 언니가 허락없이 주워온 햄스터가 새끼를 낳았고. 그 새끼를 어미가 먹어치우는 것을 본 혜영이 받았을 충격과 햄스터의 결말이 혜영의 삶에 그대로 투영되는 듯했는데.

부모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지 못한 미성숙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서툰 사랑을 하고, 임신과 출산, 가난을 홀로 감당하면서 살아가는 모습.. 결국 혜영이 내린 마지막 선택은 혜영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아프고 안타까웠다.

반려식물이 아닌, '반려된'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던 두 번째 이야기 역시도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주었는데..

사랑과 관심이 너무 과하면 때론 독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식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신선했고, 몰입감도 컸는데. 예쁘다고 야생화를 베란다에 들여놓고 키웠다가 엄마한테 크게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너 좋다고 식물을 죽일 셈이냐?" 하셨던. 🙄

적당한 바람과 햇살, 식물이 적응하기 좋은 온도와 물이 아닌, 내 이기심을 꼬집어 말하신 것이다. 나만 좋으면 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도 최선인지.. 사랑에도 적당한 거리 조절이 필요함을 그때 배웠던 것 같다.

나나용 작가님과의 인연은 처음인데, 두 이야기 모두 울림이 컸다. 사람과 사랑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는 게 소설에서도 충만하게 느껴졌다. 짧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던 소설,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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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소중한 책과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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