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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책방
  • 아홉 살 마음 사전
  • 박성우
  • 11,700원 (10%650)
  • 2017-03-10
  • : 52,014

나와 일곱 살 터울의 오빠는 대학 입학 전 신문 배달로 번  돈으로 내게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을 선물했다. 당시 나는 사춘기 성장통을 겪으며 오빠와 툭 하면 싸우고 남남처럼 지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오빠의 선물은 조금 뜬금없고 당화스러운 것이었다. 더욱이 오빠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엄마에게 오빠의 일거수일투족을 일러바치는 동생이었던지라 나는 선물을 받고도 마음에 찔려 고맙다는 표현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에게 검사받는 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열네 살 때부터 스물네 살까지 써온 일기는 단순히 일과를 마무리하는 일기가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요동치는 감정들을 붙잡고  글로 옮기다 보니, 장소 가리지 않고 펜만 있으면 미친 듯이 휘갈겼다.

<아홉 살 마음 사전>은 단박에 나의 시선을 잡은 책이었다. ​사전 안에 가나다순으로 나열된 마음 말들은 사춘기적 내 마음을 오롯이 담았던 일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마음을 표현하는 80개의 말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경험을 보기로 들어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로 등장한 '감격스러워'라는 말은 "뿌듯하거나 기뻐서 가슴이 뭉클해지다"라는 뜻을 달았다. 그리고 그 아래엔  아이가 새싹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림이 크게 차지하고 있다.  "씨앗을 심은 화분에서 싹이 돋았어."라고 그림에 덧붙은 글은 '감격스러워'의 속뜻에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림 속 아이의 표정은 귀엽고 앙증맞아 자꾸 눈길이 간다. <나는 지하철입니다>의 김효은 작가의 그림이란다. 여기에 보기글을 세 가지 더하니, 마음 말 구성이 꽤 알차졌다.  

똑똑히 봤지? 내 뒤에 두 명이나 있던 거!"

달리기 시합에서 꼴찌만 하다가 드디어 3등을 했을 때의 마음."

'역시 난 머리가 나쁘지 않아.'

2단도 못 외우다가 구구단을 다 외웠을 때 드는 마음


말썽꾸러기인 내가 선생님한테 칭찬받을 때의 마음.


 

 


 

마음 사전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들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하고, 때론 아이의 속 깊은 마음에 가슴이 아려지기도 한다. 한편, 아이들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뭉뚱그리거나 외면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아파'라는 말은 자신과 놀다 팔을 다친 동생을 졸졸 따라가는 오빠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랑 놀다가 동생이 팔을 다쳤어." 라는 상황글은 우리 모두 그림 속 오빠가 되어 함께 아픔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저마다 상황에 따라 느끼는 마음 상태도 다르겠지만, 아이와 함께 남이 느끼는 감정을 생각하고, 이야기하기에 이 책은 여러모로 안성맞춤이다.


<아홉 살 마음 사전>의 독자를 단순히 아이에게 한정짓지 말고. 어른도 <아홉 살 마음 사전>을 읽으며 우리 아이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는 데에 길잡이로 삼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책이 전혀 아깝지 않은 세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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