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절반』을 처음 펼쳤을 때 장엄하고 크고 넓은 느낌에 붙들렸기 때문에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는 간단한 마음으로 펼쳐서는 안 되는 책으로 남아 있다. 자연과 신들에 대한 언급이 굽이치듯 흐르고 있었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으며 대지에 홀로 선 남자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특히 1장은 신화적인 느낌이 강하고, 시 곳곳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시를 읊는 사람을 상상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왜인지 뮤지컬의 대본을 읽는 것 같기도 했다.
신화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그저 만화 그로신 키드였던 나에게는 조금 어질어질했던 시선집이었고, 어떤 꼭지는 10페이지를 훌쩍 넘겨버려 장벽이 높지 않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주석과 해제가 없었다면 어떻게 읽었을지… 읽는 중간중간 다른 독자는 『생의 절반』을 어떻게 읽었고 소화하고 있는지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졌다. 눈으로 읽다 조금 버거워서 낭독해 봤는데 좀 더 집중되는 기분이었다.
+박술 번역가님의 해제는 초급자도 감을 잡게끔 쓰여 있어서 휠덜린에게 다가가는 것이 조금 덜 난감했다. 해제 읽고 다시 통독하니 좀 더 새롭게 다가왔다.
+십여 년만의 낭독, 뜻밖에도 꽤 좋았다. 힘에 부칠 때는 묵독 대신 낭독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