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랭크 게리의 유년시절부터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생애사적 면뿐 아니라 건축가로서의 업적을 두루 살폈다.
캐나다에서 성장한 프랭크 게리는 유년시절 부엌에서 할머니 리아와 목재 조각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고, 문화생활을 중시한 어머니 텔마의 교육 아래 음악 행사, 미술관, 박물관 등에 자주 다녔다. 이때의 촉각적, 시각적, 청각적 자극은 그 안의 예술적 씨앗을 싹틔웠다. 불안정한 사업으로 출렁대는 마음을 소유한 아버지 어빙과는 돈독하지는 않았지만, 부자는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만드는 일을 즐겼다”(59쪽). 10대 시절에는 독서, 과학, 만들기, 그림 그리기, 비행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호기심을 보였다.
게리가 18세가 되던 해 어빙의 건강 악화로 가족들은 LA로 이주한다. 게리는 USC 대학에서 도예 수업 수강 중 교수 루켄스의 건축 공부 제안으로 건축학과로 편입 후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다. LA에서 자유분방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그의 세계는 더욱 확장된다.
건축가의 길로 들어선 게리는 자신이 맡았던 혹은 맡지 못했던 프로젝트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고뇌와 갈등을 맞닥뜨리고, 오해도 받는다. “부업으로 시작한(308쪽)” 이지 에지 가구의 인기에 가구 디자이너로 방향을 틀게 될 두려움에 처하기도 하고, 자기 복제를 요구하는 설계를 의뢰 받거나,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기도 한다.
오로지 ‘건축가’로서 도약하고자 하는 열망은 프랭크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는 “건축물의 기능적 필요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미학적 경험을”(678쪽) 더한 자신의 욕구가 담긴 건축물을 설계했고, 그중 하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프리츠커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디즈니 콘서트홀, 파리의 루이뷔통 재단 건물 등 유수의 건물을 설계하며 대체할 수 없는 ‘프랭크 게리다움’을 선보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게리와 인연이 닿은 부동산업자, 사업가, 예술가, 건축가, 비평가, 박물관 큐레이터 등 무수한 인물들은 그가 독단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중요시했던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그가 건축에 진심이었고, 일에 몰두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건축을 넘어 내밀한 이야기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프랭크 게리의 삶의 총체다. 건축가와 인간 프랭크 게리의 경계의 모호함 덕에 우리는 그를 훨씬 자세하고 촘촘하게 탐구할 수 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