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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28,800원 (10%↓
1,600) - 2021-09-10
: 4,263
페미니즘과 젠더 연구, 여성학의 혁명적 초석
#도서협찬
1. 1,027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을유의 뛰어난 편집과 디자인이 돋보인다. 쥐고다니며 읽기좋을 정도의 볼륨감에 표지의 부드러운 종이질감. 더불어 작은 활자들이 페이지 빼곡히 배치된 본문이지만, 편안한 가독성을 선사해준다(실제 구입해서 읽어보시면 안다). 표지의 보부아르의 초상사진 또한 인상적이리만치 부드럽고 고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을 규정해오던 사회적 고정인식에 대한 해방과 인식의 혁명을 이루어낸 위대한 인간이 갖는 위엄을 느끼게 해준다.
2. 보부아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오랫동안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해 연구해온 옮긴이의 내공과 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번역문이 속도감있게 쉬이 읽혀진다. 1,000여 쪽의 문장들을 읽어가는데 어려움을 거의 못 느낄 정도로 만족스럽다.
3. 보부아르는 여성이 왜 남성처럼 주체가 되지못하고 타의 또는 자의에 의해 <타자>로 고착되어왔는지에 대해, 실존주의 철학의 관점에서 <원시사회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여성의 상황>을 크게 1)사실과 신화 2)체험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3-1. 먼저 사실과 신화는 1)운명 2)역사 3)신화로 세분되어 설명되고 논증된다. <운명>에서는 생물학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의 자연주의적 결정론을 비판하고, <역사>에서는 여자의 예속과 복종을 기술과 사유재산을 통해 설명하는 유물사관적 관점도 거부한다. <신화>에서는 '여자는 남자가 규정하는대로 자신을 인식'하고 '남자가 민들어놓은 꿈과 신화'에 답하려고 노력하게되었다며, 진실의 이름으로 이 신화들의 <여성 타자화>를 신랄히 공격한다.
3-2. 체험 부분에서는, '여자란 (사회와 남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타자와 객체가 되는 존재'라는 보부아르의 대명제가 다음과 같이 갈래나뉘어 촘촘히 예증되고 탐구된다. 1부 <형성(유년기/젊은 처녀/성 입문/레즈비언)>을 시작으로 2부 <상황(결혼한 여자/어머니/사교생활/매춘부와 고급창녀/성숙기에서 노년기로/여자의 상황과 성격)>을 거쳐 3부 <정당화(나르시시즘의 여자/사랑에 빠진 여자/신비주의 여자)>에 이르기까지, <여자되기> 또는 <여자의 타자화>의 전 영역이라 할 만하다.
동성애에 관해서는 '상황에 맞게 그리고 자유롭게 선택된 하나의 태도'라는, 충격적이라 할 만한 인식의 관점을 제시한다. <여자되기>의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결혼제도를 통해서는 여성을 모성이라는 굴레에 가둬놓는 남자(남편) 그리고 가부장제의 위선을 통렬히 비판한다.
4. 마지막 <해방을 향해>에서는 여성들의 집단적인 변화의 필연성과 더불어 사회적 경제적 주체성 획득을 촉구한다.
5. 읽는 내내 70년 전의 개인적, 사회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도 가히 혁명적이었던 이 일종의 학술적 선언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사회, 국가가 여성들을 인식하고 규정하는 관점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반성할 때도 강력한 규준으로서의 힘과 교과서로서의 효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었던 페미니즘의 고전 <제 2의 성>을 우리 곁에 두고, 여자로부터 나온 우리 모두가 <여자가 겪어온 타자화와 객체화의 면면들 일체>를 차분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볼 소중한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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