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머리털을 잃어도 좋으니 날씬해지고 싶다, 마르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들의욕망을 읽을 수 있다. 아마도 이들이 10대 혹은 20대 초반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내 예상은 언제든지 빗나갈 수 있다.) “고마운데 다른 조언은 하지 말아주라.” 몸을 혹사시키더라도 간절하게 마르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매일 글을 쓴다. 마른 몸매가 부럽더라도 내 머리털을 내주고 마른 몸을 얻고 싶진 않다. 그녀들과 나 사이에는 그만큼의 정서적 거리가 있다.
운동과 다이어트 상식을 얻고 나눌 목적으로 한 커뮤니티에 매일 접속했다. 처음에는 응원과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나는 “간식을 먹지 말라고 말해줘” 라고 글을 썼고 그녀들은 “조금만 참아 보자”, “칼로리가 비어 있으면 조금만 먹어봐”라고 말해줬다. 품앗이를 하듯 나는 그녀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도움이 되고 싶었기에 그녀들 중 한 명에게 “머리털 빠지니까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그녀들 중 한 명이 말했다. “굶어서 빠진 머리카락은 안 돌아와.” 댓글이 달렸다. “감수할게.” 그녀들 중 한 명은 굶어서 살을 뺀 노하우를 공유했다.
다이애나 클라크의 장편소설 『마른 여자들』에서도 그녀들이 등장한다. 그녀들은 팬티와 겨드랑이에 음식물을 숨기고 간호사들 앞에서 식판을 보여주며 싹싹 긁어먹은 척한다. 그녀들은 가짜로 체중을 늘리는 방법과 죽지 않을 만큼 굶는 법을 공유한다.
“마른 여자들은 모두 너무도 관대하다! 너무 너그럽다!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힘이 되는 응원 집단이면서 최악의 조력자들이다. 이것은 그들에게 독이 되는 우정이다. 상호의존적인 동족상잔.” 484쪽
먹고 토하기를, 굶기를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은 무용하다. 그 짓을 멈출 수 없는 여자들에게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때때로 그녀들에게 현실은 저만치 멀리 있다. “나는 딱 섭식장애의 두께만큼 다른 모든 사람과 떨어져, 멀찍이서 삶을 경험한다.” 77쪽
마른 몸에 쏟아지는 찬사와 그렇지 않은 몸에 가해지는 자기혐오를 매일 접하며 내가 단념하듯 깨달은 것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도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설 속 인물인 밈은 거식증에서 벗어난 후에 화자 로즈에게 말한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어. (…) 모든 건 내 결정이구나, 오로지 나한테 달렸구나, 하고. 나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어.” 하지만 밈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릴리를 도와야 해.” (…) “사람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더 나아질 수가 없어.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 521쪽
릴리는 자신의 몸집과 더불어 독이 되는 사랑을 불리는 중이었다. 요약하자면 유부남인 릴리의 애인은 릴리에게 손찌검을 일삼는다. 독이 되는 사랑, 독이 되는 우정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사랑이고 우정인가? 가만히 지켜보기와 무작정 반대하기 둘 중 어느 것도 확실한 대안 같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른 여자들』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세라는 굶주린 정신의 미약함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아이다.” 607쪽
세라의 이름이 적혀 있는 곳에 모든 사람의 이름이 올 수 있다. 나는 굶주린 정신의 미약함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아이다. 그렇기에 굶주리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난 후에 마른 여자들, 말라가는 여자들, 내가 다 알지 못하는 그녀들을 꼭 껴안고 싶은 이유였다.
쌍둥이 자매 로즈와 릴리는 음식을 무한히 거부하거나 수용한다. “나는 배가 고파도 먹지 않는다. 릴리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는다. 릴리는 모든 것을 과도하게 욕망한다.” 107쪽
자매는 데칼코마니처럼 자기 자신을 위험에 내몬다. 하지만 로즈에게는 릴리가 있고 릴리에게는 로즈가 있다. 내가 나를 포기한 순간에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에서 무엇을 의미할까. 그런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로즈가 말했다.
내가 배운 것 : 사랑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내가 배운 또다른 것 :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나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614쪽
내가 적는다.
내가 바라는 것 : 쌍둥이 자매가 있었으면, 다시 말하면 나를 걱정하는―사랑하는―사람이 곁에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그것이 우리를 조금 피말리게 만들고 약간 살찌게 하더라도 서로에게 서로가 계속되었으면.
로즈가 말했다.
“우리는 결코 용서를 멈추지 않을 테고, 그것을 아는 건 위안이다.”333쪽
그리고 그것은 축복이다. 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