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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스테스가 어머니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러 가자,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젖가슴을 내보이며 살려주기를 애원한다.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의 결정적인 장면이다. 이 작품은 1부  「아가멤논」, 3부 「자비로운 여신들」과 함께 『오레스테이아』로 불리는 내용 3부작 중 2부다. 아이스퀼로스는 『오레스테이아』로 기원전 458년 비극경연에서 일등상을 받았다. 아버지(아가멤논)의 죽인 이를 죽이는 복수이지만, 친어머니를 죽여야 하는 오레스테스의 고뇌가 느껴진다.

(오레스테스와 퓔라데스, 궁전에서 달려온다. 오레스테스의 칼에서 핏방울이 떨어진다)

 

오레스테스: 당신도 찾고 있었소. 그자는 충분한 보답을 받았으니까.
클뤼타이메스트라: 슬프도다. 가장 사랑하는 강력한 아이기스토스여, 당신일 죽다니!
오레스테스: 그자를 사랑한다고? 그렇다면 그자와 같은 무덤에 누우시오./ 그러면 당신은 결코 그자를 배신하지 못할 테니까.
클뤼타이메스트라: 멈춰라, 내 아들아. 얘야 너는 이 젖가슴이/ 두렵지도 않느냐? 잠결에도 이 어미의 젖가슴에 매달려/ 그 부드러운 잇몸으로 달콤한 젖을 빨곤 했는데.
오레스테스: 어떻게 할까, 퓔라데스? 어머니를 죽이기가 두렵구나.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중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892~899행

머뭇거리나 오레스테스에게 용서는 없다! 그녀의 정부 옆에서 죽이려고 궁전으로 데려간다.

 

#01. 클뤼타이메스트라 VS 오레스테스, '살려 달라' 젖가슴을 내보이며 아들에게 애원하는 어머니

이번에는 서사시 <일리아스> 22권. 절친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으로 다시 전투에 나선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대결이 펼쳐진다. 헥토르는 일리오스와 스카이아이 문 앞에 그대로 버티고 서 있다. 스카이아이에는 아버지 프리아모스와 어머니 헤카베가 제발 성안으로 들어오고, 아킬레우스와 맞서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한다. 프리아모스의  애처로운 호소에 이어 어머니가 나선다.

[이번에는 또 그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울었고
옷깃을 풀어헤쳐 다른 손으로 젖가슴을 드러내보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헥토르야, 내 아들아! 이 젖가슴을 두려워하고 나를 불쌍히
여겨라. 내 일찍이 네게 근심을 잊게 하는 젖을 물린 적이 있다면.
내 아들아! 그 일을 생각하고 성벽 안에 들어와서
적군의 전사를 물리치고 선두에서 그와 맞서지 마라.
무정한 녀석! 그가 너를 죽이면 나는 내가 낳은 자식인 너를
침대에 뉘고 슬퍼하지 못할 것이며, 많은 선물을 주고 얻은
네 아내도 마찬가지다. 너는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 옆에서 날랜 개들의 밥이 될 테니까.”]
-『일리아스』 22권 79~89행. 그러나 헥토르는 죽음의 길을 간다. '잔혹한 운명이 그를 그곳에 묶어놓았던 것'이란다.
 
#02. 헤카베 VS 헥토르, '살아 달라' 젖가슴 드러내며 아들에게 호소하는 어머니 

이번에는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안드로마케」(Andromache)(『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1』 천병희 옮김, 숲, 2009)다.

"그리고 그대는 트로이아를 함락한 뒤-따질 것은
따져야겠으니 하는 말인데-그대의 수중에 들어온
아내를 죽이기는커녕 그녀의 젖가슴을 보자 칼을 던져버리고
애무를 받아들였고, 그대를 배신한 암캐에게
아부를 했지, 퀴프리스에게 져서, 그대 가장 용렬한 자여!"
-「안드로마케」 627~631행 페넬우스가 메넬라오스에게.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전쟁 포로로 끌려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의 첩살이를 하며 몰롯소스라는 아들을 낳았다. 메넬라오스가, 헬레네와 낳은 딸 헤르미오네가 정실부인인데, 후사가 없자 안드로마케 모자를 탓하며 죽이려 들자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가 나타나 이를 제지하며, 헬레네와 메넬라오스의 재결합을 질타하는 장면이다.)

 

헬레네는 스파르테의 왕비(공주)다. 메넬라오스가 데릴사위로 왕이 된 것이므로 혈통으로 보아 헬레네를 '여왕'으로 불러도 될 것이다. 스파르테(펠로폰네소스동맹)와 아테나이인들(델로스 동맹)이 전면전을 벌이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초기(기원전 430~425년 사이)에 공연된 것으로 알려진, 「안드로마케」에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는 '가장 나쁜 여자', '개 같은 배신녀'로 그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파르타의 여성 전체가 욕을 먹고 있다. 최혜영은 『그리스비극 깊이 읽기』 159~160면) 비극은 아테네에서 집필되고 아테네의 무대에서 상연되었는데, 헬레네를 공격하는 것은 곧 스파르타를 견제하는 방법임을 주장한다. 헬레네의 트로이아행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예나 지금이나 의견이 분분하다. 그녀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를 기꺼이 따라갔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납치설), 또 하나는 헬레네의 환영(허상)만 파리스를 따라 트로이로 갔고, 실제의 헬레네는 이집트에 머물다가 남편을 만나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설 등이 있다.

 

#03. 헬레네 VS 메넬라오스, 살라고, '다시' 살려고 가슴 드러내며 성적 매력 발산하는 헬레네
아름답고 성적 매력이 넘친다. 하지만 부도덕하다. 헬레네의 이런 모습은 그리스인들의 교과서였던 『일리아스』 속 이미지다. 세 번째는 텍스트에 도기 그림까지 추가한다. 기원전 5세기경 아티카에서 제작된 도기인데 대체로 호메로스적 관점에서 헬레네를 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메넬라오스가 칼을 들고 헬레네를 처단하기 위해 다가가다(이때 헬레네는 가슴을 드러내고 성적 매력에 호소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다), 결국 칼을 떨어뜨린 채 그녀를 다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적색무늬 토기, 루브르 박물관 소장. 왼쪽에서는 아프로디테 여신이 헬레네와 메넬라오스 사이에는 에로스가 날아다니며 이들의 재결합을 부추기고 있다. 헬레네의 입장에서는 ‘살려고’ 하는 일이고, 이를 계기로 메넬라오스와 ‘다시 살게’ 된다. [사진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elen_Menelaus_Louvre_G42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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