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책을 통해 오늘을 읽고, 내일을 준비한다
  •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임승남
  • 15,300원 (10%850)
  • 2023-11-23
  • : 149

임승남 대표는 전쟁 고아였다, 1949년생이라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네 다섯 살 떄 전쟁 고아가 되어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로 남대문 지하도에서 앵벌이,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다보니 어느새 전과 7범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감옥에서 운명과 같은 책을 만났고, 출소 후 출판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전쟁고아 출신 생계형 범죄자에서 돌베개 출판사 대표가 되기까지 임승남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 과정에서 죽어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온몸을 다 바쳐 세상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렇게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인물에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괄목상대했다. 그가 가진 올곧은 마음가짐은 애초에 변한 적이 없으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부딪고 깨어지는 누군가의 희생이나 용기가 있어야 했다. 

 

저자는 1981년에 펴낸 자전소설 『걸밥』 이후 출판사 대표나 지업사 사장이 아닌 작가로서 무려 42년 만에 선보이는 에세이다.

남대문 지하도에서 근근이 삶을 영위하던 어린 시절부터 출판사 대표직을 역임한 뒤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그의 모든 생이 온전히 담겨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고아는 아니었다. 그의 어렴풋한 기억에 아버지, 어머니가 매우 크게 싸웠다. 사실 그의 집은 완전히 가난한 집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청량리에서 옷감 장사를 했고, 어머니는 사진관을 했다. 큰형과 작은 형, 누나 둘, 막내 동생까지 총 6남매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어느 판잣집에 맡겨졌고 다시 창경원에 놀러를 가서 버려지게 된다. 

한참을 파출소에서 기다리다 아버지를 다시 상봉하게 되고 아버지와 버려진 콩나물 공장안에서 지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렇게 저자는 헌자가 됐고 무작정 거리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미군이 운영하던 보육원에 가게 된다. 그야말로 어린 시절에 남들이 겪기 힘든 파란만장 세월을 보냈다. 

저자는 남대문에서 각종 도둑질을 하며 삶을 영위하게 된다.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잘못이었지만 생계형 범죄라 할 수 있었다. 구걸을 하다 마음에 안 들면 해코지도 했다. 

그렇게 하다가 훔친 물건으로 노름도 하는 등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삶을 살게 된다. 

그길로 소년원을 들락거리게 된다. 그러던 1966년 소년원에 새로 부임한 원장이 정신이 똑바로 서야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사열식을 하고 군대처럼 사열훈련도 했다. 

도서목록을 방마다 배포하고 보름에 세 권씩 책을 의무적으로 신청하게 하던 시기라 어디에나 책이 굴러다녔다. 그러던 중 영화로 본적이 있는 칭키즈 칸이 계림문고의 '소년소녀 세계명작' 시리즈로 나와 있었고 읽게 된다. 그러다가 나폴레옹, 워싱턴, 링컨 같은 위인전과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오성과 한음 등 흥미진진한 소설 등을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다.

 

그러다 운명처럼 <마음의 샘터>라는 책이 그에게 들어왔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격언을 엮어 놓은 책 같았는데 공자가 배갈 먹고 소크라테스가 포도주에 취해서 쓴 것 같은 내용이 가득 있었다. 그 짧은 책과의 만남이 훗날 저자가 새 인간이 되는 계기가 됐다. 

감방에서의 신고식 장면 등을 보면 정말 영화와도 같았다. 50년도 더 지난 일이니 아마도 그랬으리라. 그렇게 저자는 감방장이 되기도 한다. 

감방장이 되어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바빠서 이런 책을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너무나 영화보다 영화같은 스토리에 빨려 들어가서 단숨에 읽어냈다. 

그렇게 저자는 자기가 감방장이 되어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새 마음의 샘터』라는 책을 다시 읽게 된다. 소크라테스나 괴테 같은 유명 철학자나 소설가들의 명언을 적어 놓은 책을 보면서 아침, 점심 식사 후 잠들기전까지 하루 세 번을 습관적으로 읽어나갔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말도 있었으나, 물어물어 익혀 나갔다. 

그러면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되었다. 전에는 드러운 꼴, 부당함을 보면 본능적으로 주먹부터 나갔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참게 되었다. 

그러다가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연필을 쥐어보지도 않아서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손에 힘을 주지 말자.

종이와 친해지자.

연필과도 친해지자. 라는 생각으로 모음 ㅣ와 ㅡ를 연습하고 자신 이름도 쓰고 익혔다. 초등하교 교과서라도 구해보려고 노력하면서 변화했다. 

 

1970년대 어느 날. 교도소에 여느 잡범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고려대 사학과생이라는 그는 유신헌법 현수막을 불태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정 형’이었다.

바둑을 두며 점차 가까워진 둘은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의 이면으로 내쳐진 서로의 삶을 들여다본다. 정 형을 만난 것은 어찌 보면 일생일대의 행운이었다.

그는 출소 후에도 임승남이 교도소 내 인쇄 공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서신을 써주었고, 그것을 계기로 문맹반에 들어가 글쓰기도 배울 수 있었다. 만기 출소한 임승남을 신생 출판사로 데려간 것도 바로 그 정 형이었다.

그렇게 1976년 가을, 임승남은 월급 3만 원의 영업 사원이 되었다.

 

그렇게 책을 팔며, 책을 읽어가며 사회에 적응했다. 인문사회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인간쓰레기들은 나처럼 교도소를 자기 집처럼 들럭거리는 이들 뿐인 줄 알았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나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같은 놈이 평범한 인간으로 변신하면 이 사회의 물이 조금은 맑아지는 줄로만 알고 죽기살기로 발버둥쳤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노예나 머슴처럼 부려먹는 또다른 이들이, 실은 부모의 사랑도 받고 교육도 정상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사회의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을 진즉 알았다면 애써 그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p.144

 

이 사회의 담장은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담장 자체가 아예 보이지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큰 절망에 빠트렸다. 

 

그렇게 평민사, 과학과인간사 등을 거치다 돌베개출판사에 들어가게 된다. 돌베개는 이해찬, 황석영, 이해찬의 친구 최권행, 최권행의 매형 이렇게 네 사람이 뜻을 모아 차린 출찬사였다. 

하지만 곧바로 어려움이 닥친다, 자금문제로 돈이 부족했고, 출간한 책도 찬밥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가 <경제사관의 제문제>, <공동체의 기초이론>, <프란츠파농>같은 책들부터 제대로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창립자인 이해찬이 체포된 이후 임승남이 출판사를 정식으로 인수해 『전태일 평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을 출간했다.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는 책, 사회의 실상을 드러내는 책, 인문사회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책을 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리고 1989년 8월 3일, 임승남은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되었다. 전과 7범의 이력으로 대전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한 뒤 13년 만이었다.

 

다시 복귀해서 출판사를 안정적인 운영 체계로 만들었지만 그는 미련없이 1993년 사직의 길을 간다. 그로부터 다시 20여 년이 지났다. 

 

그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보잘것 없는 사람의 인간 승리’라는 성공 신화가 아니다. 저자가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인생 책을 통해 삶을 바꾸었듯이 독자들의 인생도 바뀔 것이라 믿고 싶다는 그는, 오늘날 방향을 잃고 휘청대는 우리 시대 젊은 청춘들에게 세상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조금아나마 주고 싶었다고 한다. 

‘본능의 삶’을 종결한 뒤 ‘인간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고, 변화를 향해 온몸을 내던졌다.

 

격동의 세월에서 끝내 살아남은 인간 임승남이 써내려간 이 기록은, 우리에게 새로운 내일을 향해 서슴없이 한발짝 내딛을 용기를 선물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추천사가 이 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라 굉장히 재밌게(?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읽어내려갔고,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이토록평범한이름이라도 #다산북스 #임승남대표 #인생이야기

 

* 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