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대로 살겠습니다.
아기자기 2024/12/13 22:02
아기자기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이웃집 빙허각
- 채은하
- 12,420원 (10%↓
690) - 2024-11-22
: 7,610
#도서협찬
#창비아동문고
#이웃집빙허각
#채은하
창비를 통해 아동 장편 소설 <루호>로 알게 된 채은하 작가님의 신작 <이웃집 빙허각>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의 빙허각 이씨는 실존했던 조선 유일의 여성 실학자(1759~1824년)이다. 친가와 외가 모두 명망있는 집안이었으며 이씨도 어릴 때부터 총명함이 남달랐다고 한다. 15세에 실학자인 서유본과 혼인하였으며 서유본과 빙허각은 일생을 학문적 동지로 지냈다고 한다.
가세가 기울자 빙허각은 직접 살림을 하고 차밭을 가꾸며 생활했다고 전해지며 이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지식과 실학서의 내용을 종합한 가정백과사전을 편찬했는데 이것이《규합총서》이다. 이 책의 제목은 남편인 서유본이 직접 붙인 것이라 한다.
책에서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덕주는 새벽녘에 산에 올라 경강에 들어오는 배들을 보고 가슴 설레어하고 아직 보지못한 곳을 동경하는 아이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순종적이고 조용한 여성상을 거부한다. 아버지는 은행나무 집에 사는 빙허각에게 살림을 배우라 보냈지만 덕주는 훗날 빙허각의 <규합총서>가 될 책을 언문으로 쓰는 일을 돕게 된다.
덕주와 함께 윤보라는 양반 도령이 등장하는데, 여느 양반집의 도령과는 다르게 살림을 매우 재미있어하는 특이한 아이이다.
<이웃집 빙허각>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일구어 내는 여인네들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인물 한 명, 한 명이 선명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가정 경제를 이끌어가는 덕주의 어머니부터 멀리서 시집 온 소라니댁,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하는 선돌댁 등 작가는 조선의 여성이라고 하면 유순하고 고분고분했을거라는 편견을 넘어 그들도 그들만의 고유성을 가진 한 사람이었음을 독자들에게 알린다.
스스로의 삶을 살고자 했지만 시대의 벽에 가로 막혀 빛조차 보지 못하고 떠나버린 어머니를 둔 윤보 도령.
지금껏 억압 받는 여성만 생각했다면, 윤보를 통해 남성성을 강요받았던 소수의 남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덕주의 거침없는 발언에도 너른 품으로 수용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빙허각의 모습에서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 돌아보게 되었다.
빙허각의 큰 울타리 안에서 깨닫고 성장하는 덕주를 보며 나도 같이 커가는 즐거움을 누렸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