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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 House
  • 녹일 수 있다면
  • 임고을
  • 12,600원 (10%700)
  • 2024-11-15
  • : 2,920
#도서협찬
#녹일수있다면

사족없는 작가 소개.
"글로만 승부를 걸겠어!!"라는 목소리와 함께 현대문학x미래엔 청소년문학상 1회 수상작이라는 위상이 돋보인다.

근미래, 세상은 순식간에 꽁꽁 얼어버렸다.
보이는 색이라고는 온통 하얀색이다.
지구는 이미 멸망의 수순을 밟고 있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외계 생명체의 자원이 되어 그들에게 '얼림을 당한' 처지가 된 지구.
모든 생명체가 얼어버리고 남은 사람은 단 둘, 서진과 서리 자매.
서진과 서리의 할머니는 미친 과학자라는 얘기까지 들으면서도 그 멸망에 차근히 대비를 했고 그 덕분에 자매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물질적으로는 큰 불편함없이 지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서진은 얼어있는 사람을 녹일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갖게 되는데 그 권한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서진과 서리는 자매지만 매우 다르다.
매사에 옳고 그름의 당위를 생각하는 서진과 감정이 앞서는 서리.
'얼어있는 사람은 산 것인가 죽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조차 둘은 대립한다.
'얼어있는 시체' vs '여전히 인간'

서리는 늘 녹이고 싶어하던 친구 혜성을 찾아가고 서진은 남겨진 서리의 편지를 단서 삼아 동생을 찾아 나선다. 기계의 업데이트 덕에 서리도 누군가를 녹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데, 서로가 너무나 다른 둘은 과연 누구를 녹이게 될까?

<녹일 수 있다면>에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방대한 질문들이 녹아있다.
우선, 작가는 "누구를 녹이고 싶은지 떠올리며 읽어달라(p.199)"고 했는데 여기서 나는 '누가 가장 소중한가'와 '누가 가장 필요한가'의 실존적 질문이 떠올랐다.
녹이고 싶은 사람이 가장 소중한 가족일수도 있겠지만, 당장 아픈 사랑니를 빼기 위해서는 치과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나를 괴롭힌 사람을 녹여 내가 가진 권한으로 그 사람에게 복수하는 것은 옳은 일인지.
경쟁이 필요없는 곳에서 시간은 어찌 쓸 것인지.
녹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을 녹였을 때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인지.
얼어있는 물건들을 녹여 내가 갖는 것은 범죄인지.
녹여진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등등
이렇게 수많은 질문들을 하나의 실타래로 엮어낼 수 있는 세계관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내내 궁금했다.

할머니의 존재도 굉장히 특이한 지점이었는데,
왜 손녀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을까 생각해보니 그 권한을 통해 무너져버린 지구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 아닌가 싶었다.
'누구를 녹일 것인가'라는 질문은 자매가 늘 깨어있게 해주었으므로.

얼기 직전의 그 모습 그대로 얼어버린 사람들 또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돌이켜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얼어있는 사람들 모두 똑같다. 죽음 앞에서 평등한 우리의 모습처럼.

지구 종말의 시나리오가 넘쳐나는 요즘, 소재의 독창성이 좋았던 것 같다.
명료한 주제 속에 평이하지 않은 질문들,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이야기였다.

미래와 지구, 자매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강추!!

번외로,
Dall.E에게 <녹일 수 있다면> 배경 구상을 요구했는데 몇 번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했다. 너도 한 번도 구현해내지 못한 세계일까.
영화 <투모로우>의 얼어버린 세계가 떠오르기도 했다.

#임고을
#현대문학
#미래엔
#청소년문학상
#미래 #SF #지구종말 #빙하기 #청소년문학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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