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유
아기자기 2024/05/2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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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 주세요
- 나현정
- 16,200원 (10%↓
900) - 2024-05-15
: 4,298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핑크빛 포스터가 떠올랐다. 영화에서처럼 어떤 역설적인 장면이 펼쳐지는 건 아닐까.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이 고급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야한다니, 사람에겐 너무 당연한 것 아니야?
자세히 들여다보니, 네 발로 걸어다녀야 할 동물들이 '사람처럼' 두 발로 땅을 딛고 있다. 지상낙원 '에덴' 호텔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도서협찬
📢에덴 호텔에서는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호텔 내에서는 자유가 보장된다. 단, 두 발로 걸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외하면.
생태계의 약육강식도, 밀렵꾼의 위협도, 자연재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
호텔 투숙객 미어캣은 텔레비전으로 '동물의 왕국'을 보며 힘들었던 자기의 과거를 회상한다.
완벽한 호텔 생활에 딱 하나 불편한 점은 관람시간에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것. 하지만 안락한 생활에 비한다면 이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주장했다.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 권리, '사람처럼' 살 권리를 똑같이 누리게 해 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궁극엔 평화로운 공존, 품위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배가 고프면 뷔페에 가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매일을 즐겁게 살아가면 되는데 미어캣은 왜 이렇게 마음 한 켠이 헛헛한걸까?
에덴의 생활에 익숙해져 자기들의 본능이 그저 잡생각일 뿐이라 치부하며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도 잊어갈 무렵 호텔에는 신입 투숙객이 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야생의 본능을 갖고 태어날 신입 투숙객은 에덴 호텔 안의 가짜 자유를 누리던 동물들에게 진짜 자유 본능을 꿈틀거리게 하는데..
과연 동물들은 이 편안함과 익숙함을 버리고 '나'를 찾아갈 수 있을까?
➡️ 저학년, 중학년 아이들은 책의 도입 부분에서 자기들도 에덴 호텔에 살고 싶다고 했다. 두 발로 오래도록 서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인간이 이 호텔에 살려면 네 발로 걸어야 한다고.
책장이 한 두 장 넘어가며 변해가는 아이들의 표정은 뭔가 잘못되었지만 어찌할 바 모르는 흡사 투숙객 미어캣 같았다.
본능을 잃어버린 동물을 구경하는 인간은 진짜 동물을 구경하는 걸까, 사람같은 동물을 구경하는 걸까. 실은.. 인간처럼 되어버린 동물들이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 아닐까.
우리모두 '다움'을 지킬 줄 아는 지구인이 되면 좋겠다.
너 다움과 나 다움을 존중해주는 지구가 되면 좋겠다. 생각 좀 할 줄아는 뇌를 가졌다고 자만하고 군림하지 말고 품위가 절로 풍기는 지구인이 되면 좋겠다.
동물과 식물에게 미안할 짓을 더 안하면 좋겠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핑크빛 호텔 외관의 모습에 끌려 펼쳤다가 미안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지금 고학년과 #긴긴밤 을 읽고 있는데 두 권 펼쳐 놓으면 할 이야기가 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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