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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님의 서재
  • 그 자리에서
  • 김도운
  • 15,300원 (10%850)
  • 2026-06-23
  • : 60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갑자기 삶의 속도를 잃고 멈춰 선 사람, 원치 않는 질병과 고난으로 쓰러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 그리고 상처받고 숨어버린 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1. 황량함과 평온함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고 소리치고 싶은 때가 있었는가? 하나님을 향한 버리지 못한 미련 또는 응어리 같은 그 무엇이 있는가? 저자는 태어날 때부터 간질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귀신병 걸렸다고 놀림을 받고, 모든 사회에서 외면당했다. 그때 얼마나 살기 싫었을까.

하나님은 자신을 설명하지 않으셨고, 해명을 바라지도 않으셨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하나님이 느껴졌다고 한다. 이 부분이 신기했다. 하나님은 늘 우리에게 몰두하고 계신다. 믿음은 의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심을 마주하는 것.

그러니 자살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을 위해 칼을 받으시고, 독을 삼키시고, 줄에 묶이시고, 죽음을 향해 걸어가신 예수님이 있기에. 지금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살려달라고 말해야 한다.


2. 의문과 안도

사람들은 누가 간질을 앓건 말건 관심이 없다. 하지만 관심을 갖는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당사자는 상처받는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사회적 편견은 배려로 포장되기도 한다. 비웃음과 외면을 당하며, 아픈 것도 서러운데 저자는 얼마나 속상했을지 상상이 안 간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믿는다. 사람들에게 외면당해도, 하나님께서는 결국 정의를 세우심을 믿기 때문이다. 믿음은 의문이 남아 있는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붙드는 것이다.

기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도를 하다 보면 정말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듣고 계실지 의심이 들지만 계속 기도를 해 봐야 기도를 왜 하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안도는 의문이 완전히 해결된 뒤에 찾아오는 안도가 아니라, 의문을 품은 채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안도가 아니었을까?


3. 인지와 의지

p.92 당신은 지금 무엇을 연습하고 있나? 그 연습이 자살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하길 바란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끊김 없이 하길 바란다. 하나님이 당신에게 찬란을 보내주실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는 말이 와닿았다. 저자는 중학교 때 의식을 잃은 채 차도로 향했는데, 어떤 불량배들이 골목으로 끌고 갔다고 한다. 그때 골목에서 발작이 일어났다. 기억은 없지만 깨어보니 교복은 걸레가 됐고, 가방과 도시락통은 개판이었다. .

당시에는 이 사실이 괴로웠지만, 훗날 하나님이 지켜주셨다는 걸 알게 됐다. 차도로 나가는 걸 막아주시고, 골목에 숨겨 주신 것이다. 아무리 절망스러울 때라도 잘 보면 보인다. 하나님의 지켜주심이. 그걸 찾아내는 것이 인지인 듯?

이 대목에서 그동안 내가 감사를 미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면 보인다는 문장은 결국, 인지의 전환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말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힘든 일이 생기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4. 번민과 약속

p.97 하나님이 널 낳으셨으니 하나님이 널 낫게 하실 것이다.

널 살리기 위해 죽으신 분이 다시 살아나셔서 널 살리기 위해 지금도 일하신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하나님은 네게 큰 걸 바라지 않는다고. 그저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누군가 당신의 마음을 안다 한들, 그게 내 고통과 절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래서 내 고통을 알고 위로하며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께 향해야 한다.


5. 그 자리에서

저자는 악한 자들을 멸하시고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에, 이제 날 괴롭히는 자들을 언제든지 밟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얼마 못 가 알게 됐다. 하나님의 함께 하심은 타인을 파멸시키는 힘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파괴하는 힘이라는 것을.

하나님이 내 죽음을 기다리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육체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을 통치하려는 자아의 죽음,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과 욕심이 죽는 것이었다. 그런 것들이 죽어야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말은 나의 내부를 넓히고 정리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니 어딘가로 도망치거나, 더 나은 자리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죽어야 했던 건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를 정복하려던 나 자신이었으니까.


우리의 죽음은 자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아가 죽음으로써 닫혀 있던 내가 열리고 새로운 생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공감이 갔다.

지금 내 삶의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권한다. 힘든 상황을 무조건 벗어나는 게 아닌, 그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묻기 보다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지 먼저 질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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