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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님의 서재
  • 눈물채집자
  • 김철우
  • 15,120원 (10%840)
  • 2026-03-23
  • : 530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눈물 채집자』를 읽고 나니 "슬픔의 배후에는 사랑이 있다"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슬픔의 뿌리가 사랑이라면, 슬픔을 느낀다는 건 사랑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타인의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랑에 닿을 수 없기에 불쌍하다고 한다. 


눈물은 스스로를 정화하는 방법인데, 이 소설 속 세계는 그 눈물을 채집해서 처리해 버린다. 슬픔을 빨리 극복하라고, 왜 아직도 슬퍼하냐고, 슬픔에 침묵을 강요한다.Kai(카이)는 바하르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호칭이다. 카이는 지구의 기원은 슬픔이고, 그 배후에는 사랑이 있다고 했다. 슬픔이 자라난 그 최초의 씨앗 속에 저장된 것은 사랑이라고.


주인공 B는 사람들의 눈물을 모으는 채집자(컬렉터)다. 그가 채집한 눈물은 SW14라고 불리며, SW14 타워에 보관된다.


 

키퍼 W는 B의 오래된 연인이다. 키퍼들은 컬렉터들이 채집한 눈물을 저장하고 보관해 바다로 보낸다. 키퍼와 컬렉터 모두 변하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B가 사표를 쓰려 할 때 W가 말린다. 타인의 슬픔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고 행운이라며. W는 슬픔이 사랑의 뿌리임을 알고 있었다. 슬픔을 느끼는 능력이야말로 사랑이 살아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래서 B를 붙잡는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B를 잃지 않기 위해.


p.110오랜 시간 이곳에 있으면서 지켜본 바로는 무수한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해도 결국 다른 미래를 만들 수가 없었어요. 두 개의 현재가 존재할 뿐 그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오.


77쪽의 '이름 없는 자'에서부터 오른쪽 페이지에 눈물이 시작된다. 이름조차 모르는 존재의 눈물 한 방울이 페이지마다 조용히 흘러내리다, 마지막 장에서는 눈물의 보석 반지가 된다. 


이 땅의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이미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과 언젠가 반드시 사랑하는 이를 잃을 수밖에 없는 사람.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압사 참사, 그리고 일본 JR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인 의인까지 우리가 그토록 오래 울었던 건,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눈물 채집자』는 말한다. 시간은 결코 흘러가거나 지나가지 않는다고. 모든 시간은 방부처리된 후 마음의 벽에 박제되어 있다고. 슬픔이 하나의 원소라면, 이 세계는 눈물과 슬픔이라는 두 원소가 결합해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 세계는 슬픔을 처리하는 거대한 순환계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보이듯, 눈물과 슬픔이 있기 때문에 웃음과 행복이 더 선명해진다. 


우리는 매일 슬픔을 한 스푼 먹으며 살아간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뜻대로 안 된 하루와 같이 슬픔인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작은 슬픔 한스푼. 그 슬픔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사랑이 있다. 눈물을 누군가가 채집해서 처리해 준다면, 내가 슬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고통 없이 안전하기만 한 삶은 텅 비어있다. 상실을 겪어봐야 무언가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길 수 있으니까. 인간다움이란 고통을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이며, 고통 앞에 머무를 수 있는 태도다.


『눈물 채집자』는 묻는다. 고통 없는 삶은 정말 더 나은 삶일까? 어쩌면 눈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견뎌야 할 것일지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함께 안고 가야 하는 것. 결국 채집한 눈물의 정체는 사랑이었다. 슬픔 뒤에는 사랑했던 무언가가 있다. 잃어버려서 우는 게 아니라, 사랑했기 때문에 우는 것이다. 눈물은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왔다는 증거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울 이유도 없으니까. 『눈물 채집자』는 말한다. "슬픔의 배후에는 사랑이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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