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미쓰하시 아쿠루(光橋 明くる)와 구라키 사요코(暗き 小夜子) 두 명이다. 두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그래서 누가 말하는지 동그란 태양 마크와 초승달 마크를 확인하며 읽어야 한다. <그 아이의 비밀>의 그 아이는 2명의 주인공 모두가 서로에게 그 아이인 것이었고, 비밀은 이 두 사람 모두에게 있었다.
미쓰하시 아쿠루의 미쓰(光)에는 빛이라는 뜻이 있고, 하시(橋)는 무언가와 연결되는 다리라는 뜻이다. 아쿠루(明くる)는 밝음이 오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쓰하시 아쿠루가 이야기하는 부분에는 ○둥근 태양 마크가 있다.
구라키 사요코는 자기에게만 보이는 비밀친구 까만 고양이가 있다. 구라키(暗き)는 어둠이고, 사요코(小夜子)는 밤의 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구라키 사요코가 말하는 부분에는 초승달 모양이 있다.
나는 성과 이름이 헷갈려서 성과 이름을 모두 썼다.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 이름을 먼저 익힌 다음 읽으면 훨씬 편하다. 배경은 아마나와 초등학교 6학년 1반. 담임은 사카이 선생님이다.
미쓰하시 아쿠루는 전학생이다. 벼머리에 비즈를 달고 다녀서 벼머리 비즈라고 부른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엄마랑 함께 산다. 늘 밝게 웃지만 마음속에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몸을 만지면 마음이 읽힌다. 구라키 사요코의 어깨에 손이 닿은 순간 보였던 까만 고양이. 새까만 털, 빛나는 초록 눈동자인 고양이의 색은 현실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진짜 색깔이었다. 그런 존재는 처음 봤다. 그 고양이 대체 정체가 뭘까?
구라키 사요코에게는 초록색 눈을 가진 까만 고양이가 보인다. 이매지너리 프랜드(Imaginary friend), 상상 친구다. 전학생인 미쓰하시 아쿠루가 다가가자 너랑 친해질 생각이 없다며 차갑게 대한다.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밖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안에서 잠가 버린 외로운 아이다. 모든 사람을 죄다 성가시고 짜증스럽고 귀찮게 여기고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상상 속의 친구인 검은 고양이와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아마미 유카는 생글거리면 느긋하게 말한다. 밝은색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내려뜨렸고 눈꼬리가 살짝 쳐졌다. 성격은 서글서글하고 순수하다. 마음속에는 반짝이는 햇살이 나뭇잎 틈으로 비쳐들고 있다. 하늘에는 잘 마른 이불처럼 뽀송한 양떼구름이 흘러갔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꽃내음이 실려왔다. 여유로운 봄날의 휴일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다.
사쿠라이 미사키는 모델 같은 아이로 가장 잘나가는 여자애들 무리의 중심에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친오빠 사키토는 은둔형 외톨이다. 그래서 오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꺼려 한다.
아이자와 도모에는 올린 머리를 한 키가 큰 아이로 성격도 활발하고 호감이 가는 아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지만 친구를 차별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사토는 수다쟁이. 히이라기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여자애로 남자아이들의 본성을 뜯어고치겠다는 안타까운 신념을 지니고 있다. 쓰기타는 머리를 양 갈래로 묻고 얼굴에는 주근깨가 있다. 여동생이 여럿 있어 참을성이 많지만 그 탓에 싫은 역할을 떠맡기도 한다.
미쓰하시 아쿠루는 구라키 사요코에게서 보았던 검은 고양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아마미 유카와 함께 검은 고양이 인형을 처음 가지게 된 곳부터 함께 찾아다니자고 제안한다. 작전 이름은 '사요코와 까만 고양이의 추억 찾기 여행! 즐거웠던 일, 재밌었던 일, 모두 다 찾아보자. 레쭈고 작전'이다.
마음은 바다처럼 워낙 크고 깊고 수많은 것을 품고 있어서 그 실체를 아직 인류의 힘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 눈에 보여야만 존재하는 건 아니고, 또 눈에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존재한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사키토 오빠는 구라키 사요코의 상상친구에게 마음이 있다면 그 친구가 어떤 생각으로 구라키 사요코를 떠났는지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고 얘기해 준다.
아마미 유카네 집에서 잠옷 파티를 하기로 했다. 구라키 사요코는 까만 고양이가 없이 삶을 즐긴다는 게 큰 죄를 짓는 기분이라고 한다. 고양이가 사라진 뒤로도 걱정은 했지만 친구들 덕에 행복하고, 고양이 없이 나만 즐겁게 지내서다. 그래서 그동안 친구였던 까만 고양이를 찾아 모두 함께 즐겁고 싶었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면 그 친구를 자신의 마음속 세상에 머물게 하거나 그 세상을 서로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러는 사이 우리 마음속 세상은 점점 더 넓고 풍요로운 곳으로 바뀌어 간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 그 세상이 어떤 곳인지 차츰 알게 된다. 저자 역시 혼자 힘겨워 하는 친구에게 말을 걸어주고 잃어버린 물건을 함께 찾아 줄 수 있는 친구, 함께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한다.
2명의 주인공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참 아름다웠다. 사람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이 책을 통해 처음 해본다. 미쓰하시 아쿠루가 손이 닿으면 보이는 마음을 그림처럼 묘사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가 이혼했을 때 아이가 느꼈던 감정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사랑과 고마움은 꼭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관심과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 하물며 상상친구까지도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조카 주려고 서평단을 신청한 책인데 나도 책 속에 푹 빠져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주인공이 2명이라 태양과 초승달 마크를 확인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둘 다 각자의 시각으로 속 마음을 이야기한다.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유발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멋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