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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나님의 서재
  • 모멸감
  • 김찬호
  • 15,300원 (10%850)
  • 2014-03-19
  • : 6,309

폭력이 생겨나는 조건을 다음의 세 가지로 간추린다.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감추고 싶은 마음,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비폭력적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그리고 폭력적 충동을 제어해주는 정서적 역량(사랑, 죄책감, 두려움)의 결핍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첫번째 조건이다. 수치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를 무척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어떤 술꾼이 연상된다. 왜 자꾸 술을 마시느냐고 묻는 어린 왕자에게 술꾼은 잊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무엇을 잊고 싶으냐는 질문에 술꾼은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어린 왕자는 다시 묻는다. 뭐가 그렇게 부끄럽냐고. 술꾼은 대답한다. 술을 마시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수치심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가이다. 객관적으로 ‘사소한’ 일로 인해 수치심을 느낄수록, 그런 느낌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다시 수치심을 증폭시키고 그것을 감추고 싶은 마음도 커지게 된다. 수치심이 수치심을 낳는 자가당착.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어린 왕자의 술꾼처럼 외적인 것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수치심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돌파구는 거칠게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가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는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고 마초적인 기질을 과장되게 드러낸다.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그것을 통해 자부심을 얻으면서 수치심에 압도되지 않기 위함이라고 한다. 열패감과 수치심에 사로잡히면 무리하게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충동이 생기는데, 누군가를 깔아뭉개면서 자신이 높이 올라가는 듯한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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