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조상들이 오줌싸개 아이에게 키를 뒤집어쓰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금을 받아오도록 했듯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어 수치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잘못을 깨닫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은 훗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좌우하는 변수는 여러 가지다. 본인의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 부모로부터 받은 애정의 정도, 또래 집단과의 관계, 사회문화적 요인, 사람들의 반응 등이 그것이다. 개인과 사회의 건강함이 수치심의 질감을 좌우한다. 어른의 세계에서 경험되는 수치심도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로 체감될 수 있다. 잠깐 겸연쩍은 심정으로 자신의 태도나 행위에 대해 반성하도록 이끄는 순기능적이고 건설적인 수치심이 있는가 하면, 체면을 완전히 구기고 존재를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자존감을 뭉개버리는 역기능적이고 파괴적인 수치심도 있다. 후자의 수치심이 자주 경험될수록 비인간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