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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나님의 서재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강지나
  • 15,750원 (10%870)
  • 2023-11-06
  • : 26,701

그저 견디는 게 삶의 힘

네 번째 만났을 때, 소희는 스물네 살이었다. 겉으로는 어느 대학생과 같아 보였다. 처음 봤던 열일곱 살 때보다 안정되어 있었고 자신의 길을 찾은 것 같았다. 또 지금껏 자신이 찾은 길로 열심히 매진해왔으니 이제 마무리만 잘 지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여전히 관계 맺기가 어려웠고, 학교라는 환경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정신없이 바빠서 감정을 돌볼 수 없을 때는 몰랐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두려움과 불안이 스멀스멀 엄습했다. 소희는 스스로 "견디는 삶"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는데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청소년기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요. 이걸 극복해야 하는데 안 되니까, 나아가야 하는데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감정이 폭발할 때와 다시 잠잠할 때, 다시 폭발할 때, 이게 너무 들쭉날쭉하다 보니까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근데 다들 그래요. "너는 괜찮아졌다." "잘 살고 있다." "잘 사는 것 같다." 제가 저 스스로 굉장히 불안한 상황인데 다들 괜찮다니까 표현을 못 하고 있어요. 계속 견뎌내는 게 삶의 힘인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고 이 힘듦을 견뎌내면서 묵묵히 살아가는 것. 포기하지 않게끔 다른 데서 힘을 얻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곳이 없어요. 저 스스로 힘을 내야 하는데 이제 지치더라고요.

소희가 대인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또 하나의 원인에는 끝없는 죄책감과 자신의 이중성에 대한 환멸이 있었다. 가출과 동거를 반복하던 시절, 비행을 저지르던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의 모습과 지금 대학생으로 변화한 자신의 모습에서 간극을 경험했고, 그 괴리감 속에서 자신이 가식적이라는 생각,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하는 데서 오는 소외감 등을 느끼고 있었다 소희는 사회적 규범을 넘나들었던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단 이 문제는 소희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소희가 혼자서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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