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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나님의 서재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강지나
  • 15,750원 (10%870)
  • 2023-11-06
  • : 29,393

(우울한 상상을 하는 이유는) 실질적으로는 죽는 것보다 누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게 더 크겠죠? 그런데 안 풀리더라구요. 그래서 아직도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답답할 때도 있고… 왜냐면 얘기는 어떻게 됐든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제가 갖고 있느느감정들까지는 전달이 안 되잖아요. 아, 나 힘들어 그것뿐이잖아요. 사람이 보통 다른 사람이 힘든 것보다 내가 힘든 게 더 크게 느껴지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얘기해도 별로… 더 우울해져요.

소희의 우울함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자신을 잡아주고 힘든 삶에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절박함 속에 있었다. 소희는 친밀한 누군가와의 관계를 그리워하고 사람들이 무섭지만 끊임없이 누군가의 애정을 갈구했다. 그것은 다 자신이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그렇다고 했다.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삶


소희네 가족은 가난이 대물림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조부모의 가난과 병력이 부모의 양육 조건을 부실하게 해서 어머니는 교육과 돌봄이 결핍된 성장기를 보냈다. 그 결과 어머니는 학력과 노동 능력이라는 사회적 기반을 얻지 못했고 한부모가 되어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양육했다. 게다가 우울증까지 앓게 되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나 바람까지 약화되었다. 의지할만한 다른 가족도 없이 정신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만성적으로 빠졌다. 어머니는 소희에게 ‘신경을 안쓴’ 게 아니라 ‘신경을 쓸 수 없었’던 셈이다.
소희는 어머니의 취약성 때문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하였다. 소희가 말한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삶"은 이런 교육과 돌봄의 공백 속에 위치한다. 사실, 소희에게 잡아줄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소희 어머니도 누구도 잡아주지 않는 외로운 삶이었다. 소의내 가족의 대를 이어온 가난은 전형적으로 환경에 의해 축적되어온 양상을 띤다.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오히려 이 열악한 상황에서 어머니를 지탱하게 해 준 것은 소희와 소희 오빠였는지도 모른다.-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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