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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y님의 서재
  • 난설헌
  • 최문희
  • 13,500원 (10%750)
  • 2021-03-15
  • : 525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

“여덟 살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이런 시어를 어떻게 뽑아올렸는지 세상 사람들은 짐작이나 하겠는가. 하늘이 내린 시인이라 믿어 의심치 않네.”

‘생각은 스치고 지나가버리는 바람살이 아니다. 빗물이 고이듯 생각이 고이면 궁리가 생기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각이 허물리며 둥글고 휘어지고 곁가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으스스한 슬픔이, 오한 같은 외로움이, 버려진 것 같은 소외감이 일순 그미의 앞길을 산더미 같은 무게감으로 가로막는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애틋한 심정, 홀로 남은 어머니의 가여움, 그미 자신의 곤고한 처지....’

‘성립은 목울대 가득 치밀어오르는 말을 고르고 골랐다. 상스러운 욕지기가 혀끝에서 날음거렸지만, 이 여자에게 그런 치졸함은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꾹꾹 눌렀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미, 그 막연하고도 헛된 바람이 매캐한 연기처럼 가슴을 메워온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것들, 죽음 저편에 버려둔 아이들이,이 쇠락한 육신이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더란 말인가...’

‘어머니 김씨가 딸의 야윈 어깨를 얼싸안았다. ‘초희야, 너무 영민함도, 너무 다정함도, 지나친 나약함도이 세상에 배겨나지 못하는 것을, 어쩌자고 머릿속에 촛불을 켜고 산다더냐.’

명종 18년 강릉에서 태어난 천재 시인. 호는 난설헌. 자는 경번. 이름은 초희. 여덟살 때 ‘백옥루 상량문’을 지어 천재적인 시재를 발휘했다. 그러나 15세에 혼인하게 되면서 삶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시댁과의 불화,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고통을 감내하다 스물 일곱, 짧고 불행한 삶을 살다간 여인.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겉표지를 보는데 너무 슬펐다. 여성도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자신의 재능을 존중해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남편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스물일곱 짧은 생을 살다 간 난설현.
그녀는 죽기 전, 자신의 수묵화, 난초화, 풍경화, 시 등을 다 태워버리고 유언으로 친정에 있는 자신의 시들을 다 태워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때 그녀가 남긴 시는 방 한 칸 분량. 하지만 그녀의 시들을 아깝게 여긴 남동생이 그 시들을 엮어 ‘난설현집’을 만들었고 이 시집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며 널리 애송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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