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엉성하게 얼키설키 엮은 게 오히려 독.
티키타카 실없는 대화만으로 끌어가기에는 무리.
(재미-중, 난도-하)
이사카 고타로의 ‘명랑한 갱‘ 시리즈의 2번째 소설.
전작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2003) 출간 3년 후 공개되었다.
4명의 주인공들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스토리 라인이 이어지지는 않으므로, 이 책을 먼저 읽어도 괜찮다.
물론 전작을 읽으면, 이야기를 좀 더 즐길 수 있다.
(구성) 4개의 단편과 하나의 큰 이야기로 된 구조이다.
4개의 단편에서는 갱 4인조가 각각 등장하여 이야기를 주도한다.
① 「거인 위에 올라타면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다」
나루세는 직장 후배와 함께 출장을 갔다가, 민원인이 인질극에 휘말리는 사건을 목도하게 된다.
② 「유리 집에 사는 사람은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자고 있는 사이 어떤 여자가 쪽지를 남기고 갔다는, 카페 손님의 미스터리를 들은 교노가 이를 함께 추적한다.
③ 「계란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
직장동료가 의문의 공연 티켓을 받게 되고, 유키코가 조언하고 돕는다.
④ 「털 깎인 양은 신도 미풍으로 감싼다」
구온은 늦은 밤 공원에서 폭행당하는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가 카지노에 빚진 사실을 알게 된다.
- 이후 4인조는 은행을 털게 되는데, 은행에서 위협당하고 있는 여자를 보게 되고, 그녀를 돕기로 결정한다.
(팬 서비스) 4개의 단편은 전작을 읽은 독자들을 위한 팬 서비스이기도 하다.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4명의 주인공들이 각각의 특기를 살려 사소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는, 말 그대로 일상을 보여주는 단편들이다.
특히 나루세의 이야기에서는 이사카 고타로의 장기인 ‘복선과 회수‘가 잘 드러난다.
(작위적) 단편은 아무래도 괜찮다. 각자 독립된 이야기 자체의 아쉬움은 차치하더라도, 완성도는 괜찮다.
하지만 이 4개의 단편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장편으로 엮어내려 한 탓일까,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리는 단계에서는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울리지 않는 소재의 접합과 다소 억지스러운 문제 해결은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보다, 마지못해서라도, 찝찝하게라도 결말을 납득해야 할 것만 같다.
(「작가의 말」에서 원래는 8개의 단편으로 연재하려고 했다가, 4개의 단편을 쓴 이후 장편으로 엮었다고 밝힌다.)
넷이서 시끌벅적 떠들면서 소동에 휘말리는 게 이 은행 강도들의 본질 같았고, 짧은 이야기 속에서 그러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401쪽)
(그래도) 스토리가 어떻든 간에, 이 책의 장기는 등장인물들 간의 티키타카 대화다.
물끄러미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몇 차례 육성으로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독서 갤러리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코타로 명랑한 시리즈 봤는데 농담 따 먹기밖에 없음 ㅋㅋ‘
동의한다. 특히 이 책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갱 시리즈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중에서도 정말 재미만을 위한 소설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성싶다.
˝당신들 대체 뭐야? 일단 그 칼 좀 넣어요.˝ 구온이 애걸하다가 큰 소리로 법석을 떨었다. ˝무서워! 무서워!˝ 누가 봐도 연극 같은 행동이었다.
˝입 닥쳐!˝ 남자가 윽박질렀지만 구온은 계속 외쳐 댔다. ˝살려 줘요, 살려 줘요! 복싱할 줄 아는 사람! 복싱이 특기인 카페 사장님!˝
장난도 도가 지나치다. 교노는 벽 뒤에 숨어 쓴웃음을 흘렸다. (225쪽)
(에피소드) 보너스로 수록된 에피소드는 이야기는 또 다른 팬 서비스다.
은행을 터는 나쁜 갱이면서도, 남을 도울 줄 아는 선량한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어느덧 정들고 익숙해진 주인공들이 카페에 손님으로 온 두 사람을 돕는 훈훈하고 따뜻한 활약으로 책의 끝을 장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