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참 쉽게 쓰여진 책이다. 이쁜 삽화도 없고, 표지 디자인도 유치하다. 마치 모 은행의 대학생 서포터즈 광고처럼 같은 옷을 입은 4명의 학생들이 잡지 표지모델처럼 획일적인 각도로 사진을 찍었다. 솔직히 출판사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책을 다시 찍는다면 이번에는 표지 좀 바꾸기를 추천한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참 알차다는 생각을 했다. 20대가 끝나가는 내가 읽어도 참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난 이미 30대로 접어들고 있어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꾸는 꿈을 꾸기가 힘들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이면서도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만한 책이 될 것이다.
소설형식을 빌려 읽기 쉽고, 누구나 20대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거창한 철학이나 이루기 다소 힘든 내용을 다루었다면 아마 책의 수준은 올라갔을지 몰라도 접근성은 떨어질 것이다. 이 책은 솔직히 20대가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30대, 40대들도 자기반성을 위하여 한번쯤 읽으면 좋겠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이들이 읽어봐야 자기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20대들을 이해하고 다독거려줄만한 아량은 생길 것 같다.
책을 한번에 훅 읽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세상은 참 냉정하다. 세상이 냉정하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자기 욕심만을 위해 살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던 386세대는 이미 자기 밥그릇의 수호를 넘어, 그 밥그릇을 위해 대신 일해줄 젊은 부속품을 찾아 오늘도 구인광고에 버거운 스펙만을 잔뜩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고 그것이 바로 21세기 경영전략인 것처럼 포장한채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떨어뜨린다. 자신들은 좋은 차에 좋은 집에 좋은 음식을 누리면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노력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자격도 된다. 그러나 누군가 배부른만큼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배고파야 하는 이 땅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자가 누구인가. 세상의 커다란 틀은 있는 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 틀안에서 발버둥치는 자들은 늘 괴롭다. 그 틀을 벗어나 자유롭고 싶은 것이 인간이기에 그 틀은 언젠가는 무용지물로 남을 것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던 주인들은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김예슬이라는 이름으로 한 여학생이 고려대학교의 자퇴서를 냈다. 그녀는 그 틀을 스스로 벗어나는 선택을 했다. 이를 시작으로 하나 둘 정해진 길을 걷기를 거부하는 이들은 늘어날 것이다. 더 이상 80만원에 안주하려는 이들은 없어질 것이다. 스스로 놓은 덫에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걸리게 될 것이고 그 때가서 인생을 후회해봐야 늦을 것이다. 20대여, 힘내자!!!그리고 잊지 말자. 우리 기성세대의 모습을. 그리고 닮지 말자. 그러면 된 것이다. 부모의 모습을 닮지 않는 자식은 없겠지만 적어도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할 수는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