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squab님의 서재
  • 용기를 냈어
  • 탈탈 레비
  • 11,700원 (10%650)
  • 2020-03-26
  • : 12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걸 빠짐없이 다 경험할 수 없는 당연한 상황을 전제로 할 때 아이 어른 구분은 무의미하다. 골무를 머리에 쓰고 시침 핀으로 무장한 아이에게서 독자마다 자기 얼굴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두려움에 맞서는 일은 어쩌면 아이라서 더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겼을 수 있겠다. 어려운 관계, 고달플 게 뻔한 일을 앞에 두고 무기력하게 피해 다니기만 하던 경험은 나에게만 해당하진 않을 듯싶다. 스위스 작가 탈탈 레비가 펴낸 첫 책이다. 그는 옛 동화 속 아주 작은 바로우워즈와도 같은 주인공을 내세워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경험에 관해 풀어놓았다. 두려움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동안 새로운 만남과 우정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화분 속 식물 사이를 숲을 지나듯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집안은 세상 전부다. 익숙한 공간을 매일같이 자유롭게 보낸다. 그러다 낯선 그림자를 만난다. 당연히 두렵다. 생전 접해보지 않은 처음 만나는 모든 대상은 아무래도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아이 주변을 어슬렁대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독자는 안다. 하지만 지금 주인공으로선 자기 몸보다 몇 배 큰 대상을 하나의 존재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그 낯선 대상이 실체를 드러내자 아이는 금세 무장해제 된다. 뒤이어 집 밖을 향한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대담함도 보인다.  내 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젠 집 밖 세상에서 새로 만난 그림자 앞에서도 덜 움츠러든다.

자기 공간이어도 온전히 익숙하지 않은 집안을 아이와 비현실적일 만큼 강한 대비로 그렸다. 놀이를 통해 현실은 곧 판타지가 된다. 극대화한 주변 환경에 비해 아주 작게 설정한 아이가 벌이는 말썽 역시 크기에 맞게 소소하다. 색연필과 연필로 그린 주저함 없는 선과 투톤의 절제된 채색 사이로 경쾌하게 내달리는 캐릭터들이 신선한 감각을 일깨운다. 놀이로 하루를 보내는 아이 표정이 한껏 만족스럽다.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될 때 새로운 관계 맺기도 쉬워진다. 내면이 충만한 상태에서 든든한 지원군도 함께한다면 두려움에 맞서는 건 어렵지 않다. 어떤 존재라도 기꺼이 마주하고 마침내 우정도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에 서툰 어른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