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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산책
마술피리  2021/06/14 11:44
  • 달빛 산책
  • 레이첼 콜
  • 12,600원 (10%700)
  • 2018-09-20
  • : 259

낙엽 지는 가을 어느 저녁, 엄마와 아이는 잠들기 전 의식처럼 산책에 나선다. 마침 보름달이 조금씩 떠오르는 중이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 달은 더 높이 떠오르며 여러 형태로 아이와 눈을 맞춘다. 온전한 달을 만끽한 아이는 달이 지켜보는 그 잠깐 사이 잠이 든다.

도시에서 자연은 들러리다. 코너마다 서 있는 나무가 그렇고 창과 현관 앞에 놓인 화분이 그렇다. 작은 공원 안 더 작은 분수에서 목을 축인 새들은 도시를 떠난다. 아이가 그토록 보려 애쓰는 달은 단번에 제 모양을 온전히 다 드러내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하늘을 가린 높은 건물 너머 달은 부분만 보일 뿐이다. 원제목이 City Moon 임을 알고 보면 이야기는 좀 더 순조롭게 읽힌다. 아이가 사는 도시 사람들은 창 안쪽에서 벽에 둘러싸인 채 앞만 보고 걷는 동안에도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엄마와 아이만의 시간을 강조하고 싶은 연출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다른 곳으로 눈 돌릴 여유 없이 팍팍한 도시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든지. 엄마로서는 이 산책의 목적이 다만 아이를 재우기 위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속 시원히 둥실 떠오르지 않는 달에 관해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아이와 나누는 시간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른 달, 달그림자, 같은 달, 딱 하나인 도시에 뜬 보름달은 어디로 숨었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도시 건물이, 구름이, 생각이 달을 가릴 뿐이다. 달을 맞이하고 교감하며 짧은 산책의 즐거움과 살아있는 순간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아이는 편히 잠든다. 달은 아이 방은 물론 바쁜 일상을 마무리한 불 꺼진 도시를 환히 비추며 감싼다. 도시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저 달도 새벽이면 돌아갈 것이다.

모든 장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거나 비슷한 사람들에게서 도시 풍경은 더 건조해 보인다. 그 안에서 아이와 엄마의 걸음은 오히려 경쾌하다. 적절히 대비되는 컬러와 정교한 연출이 느리고 달콤한 꿈과 같은 산책을 따뜻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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