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골디락스 경제, 골디락스 행성, 골디락스 존 등에 쓰인 ‘골디락스’는 19세기 사진가이자 작가 조셉 쿤달이 아니었다면 존재하지 않을 용어다. 구전되던 이야기를 1837년 로버트 사우디가 기록 출간한 것은 제목이 ‘세 마리 곰 이야기’다. 수컷 곰 세 마리와 함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금발 소녀가 아니었다. 곰들은 온순하고 선한 존재로 그려진다. 죽이 알맞게 식는 동안 그들이 잠깐 나간 사이 실버 헤어를 가진 무례하고 뻔뻔한 노인이 나타난다. 노파의 무단 가택침입과 무전취식 행위와 착한 곰들과의 선악 구도가 이야기의 골자였다. 그런데 출간 12년 뒤 동화를 쓰던 조셉 쿤달이 어린이를 위한 즐거운 이야기의 하나로 만들기 위해 어린 소녀를 등장시킨다. 메시지도 안전과 피난처에 관한 기준(?)에 관한 것으로 바뀐다. 1860년 이후 수컷 곰 세 마리 역시 세 가족으로 바뀐다. 구전되던 옛이야기는 어떤 시대 어떤 작가의 손에 기록 배포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역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옛이야기는 지금에 맞게 고쳐 쓰고 제안하는 시도 역시 작가들의 의무다. 20세기 스티븐 가르나시아는 골디락스 속 이야기는 그대로 두되 집과 가구, 소품들을 특별하게 설정하여 기록한다. 가구와 옷, 주방 식기들은 누구라도 일상에서 쓰고 있는 물건이다. 그것이 그저 생활잡화가 아닌 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작품일 수 있음을 한 세기가 지나가는 시점에 기억하고 기록해 두고 싶었던 듯싶다. 그가 선택한 매체는 다른 것도 아닌 그림책이다. 아이들이야 이야기에 집중할 뿐이다. 디자인을 알고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성인 독자도 사로잡았다. 책 속에는 다른 분야의 정점에서 시대를 놀라게 한 디자이너들 작품이 빼곡하다. 그것을 그림책으로 가져 와 배경으로 깔개로 옷으로 조명으로 쓴 작가는 새로운 세대가 누릴 그림책의 가능성을 제안했다. 칼 라거펠트가 요정으로 등장하는 신데렐라, 벌거벗은 임금님, 건축가로 등장하는 아기 돼지 세 마리까지 옛이야기와 현대의 가치를 접목한 역작들도 훌륭하다. 가능하다면 원문도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