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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b님의 서재
  • 제멋대로인 사람들
  • 프랑수아 데이비드 글
  • 10,800원 (10%600)
  • 2014-03-20
  • : 101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리비에 티에보가 만들어낸 16개의 초상은 잘 조직된 시어들의 의미를 확장 시킨다. 언어의 세공사인 프랑수아 데이비드의 의미심장한 시들에 이미지가 결합하여 한층 중요한 메시지가 되었다. 집안 꼭대기나 구석진 곳에 있을 법한 다락방과 이미 잊혀져 버린 장소를 탐험하여 구해낸 물건들이 이야기로 승화하는 과정은 놀랍다. 더구나 그것이 초상의 형태여서 어떤 이미지보다 더 강렬한 설득력을 지닌다.

사진 이전의 기록인 초상화는 그리는 이와 그려지는 대상이 함께한 시공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또한 인물의 지위나 성격 내면까지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의 삶을 증언하는 물건을 주제에 맞게 배치하여 초상으로 제시하는 올리비에의 이미지는 그것을 즉물적으로 보여준다. 아르침볼도의 그림을 응용한 이미지들은 일상적 소품들의 유기적인 관계로 더 익숙하게 다가와 독자의 참여를 요구한다. 거기에 적절히 배치된 물건들을 하나씩 발견함에 따라 독자는 또 다른 해석을 더하게 된다. 그렇게 두 작가의 제안을 보고 즐기며 인간 내면을 성찰하고 역사를 되새기며 미래를 꿈꾸게 될 것이다. 어린 독자들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영화감독, 포스터와 무대 제작, 텔레비전 각본가 등 다양한 이력이 만든 경험치가 만든 결과다. 단어와 함께 놀며 언어의 경제성을 고민하고 완벽히 제어하는 시인이 함께여서 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에는 사람들 수만큼 다양한 얼굴이 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여러 가지 다른 얼굴을 갖고 산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얼굴을 만나게 되는지는 짐작할 수도 없다. 이 책에 담긴 16가지 얼굴은 우리 생애 동안 갖게 될 얼굴일 수도 있고 우리가 만나게 될 이의 것일 수도 있다. 오래된 화석이 채워주고 지탱해 주지만 종종 자신을 잊어버리는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 자신을 포장하며 믿을 수 없는 말로 우겨대는 수집하는 사람, 시계태엽을 꼭꼭 감아 내일로 가면서 거만하게도 현재엔 무관심한 미래의 사람 등 잊었거나 기억하는 얼굴을 하나씩 보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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