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번의 독서 경험을 가진 아이는 책에서 세상을 본 모양이다. 독자에게 책 읽는 행위를 마치 낯선 바다에 첫발을 내딛는 느낌으로 들려주기 시작한다. 아이는 모래밭에서 바닷가로, 다시 바다 깊이 헤엄치며 바다라는 세상을 마음껏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광활한 바다를 헤엄치고 잠수하며 다니는 것이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로의 탐험은 두렵기도 하다. 책읽는 일이 그렇다. 그런데 얼마 후 이야기 속 주인공은 독자에게 말을 걸며 대화를 시도한다. 메타픽션적 특징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사실 첫 장면의 발자국을 따라가라는 지시문장부터 이 책이 그저 흔한 픽션이기만 한 것은 아님을 독자들도 눈치챘을 것이다. 이렇게 독자와 등장인물 간의 연관성이 드러나도록 질문을 하며 진행하는 이야기는 포스트모던의 요소들을 뚜렷이 보여준다. 텍스트에 몰입하기보다 지금 책 읽는 행위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각성하게 되는 상황에 독자는 간간이 당황한다.
글 작가의 의사도 반영되었겠지만 그린 이 야라 코누가 참여한 또 다른 책 ‘이미지-본다는 것’(2017)의 몇몇 장면에서는 상호텍스트적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감자를 송송 썰어’(2018)에서는 어린 독자들에게 책이 제시하는 조리법을 따라 참여를 요구하기도 한다. 전작과 최근작을 통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포스트모던 문학의 특징을 실험하고 시도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 시작이 ‘작은 파도’였나 보다. 손맛의 정감이 느껴지는 디지털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짜임새를 갖추었다. 원색을 피해 톤 다운된 채색이 바다와 하늘과 모래의 뚜렷한 구분을 모호하게 보여주며 경계를 허문 지점도 포스트모던의 실험과 이어진다. 독서가 아이에게 어떤 체험이 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어린 독자들은 책 속 주인공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바다와 같은 책 세상을 여행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독서라는 행위가 책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