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로 활동하던 에드가 드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20세기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티나 피에로판의 동판이 드가의 일상과 화폭에 담은 순간을 잘 표현했다. 이야기는 동판 풍경그림과 함께 드가의 작품들이 교차하며 진행한다. 활기찬 거리를 내다보던 드가의 화폭엔 지나간 사건을 그리는 중인 캔버스가 보인다. 그러다 거리풍경을 내다보며 활기찬 파리의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을 것이다. 떨치고 거리로 내려가 가게와 사람과 경마장과 극장을 돌아보며 생동감 넘치는 삶의 극적인 상황을 사로잡고 싶어진다. 그렇게 지나가 버리는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기 위해 그것을 화폭에 옮기기로 한다. 피에로판은 화면마다 드가의 모습을 담아 그가 관찰하는 거리와 사물과 인물들의 상황을 다시 관찰하듯 표현했다. 드가와 그를 사로잡은 순간을 풍경과 함께 채집한 것이다. 드가는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였지만 사실적인 그림을 더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움직이는 말이나 여인들의 모습,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60세 이후에는 사진기를 구입, 자신이 집착하던 순간의 채집을 사진으로 실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으로 포착한 장면은 다시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이후 사진의 조형적 가능성은 물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작품활동을 이어간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로 파스텔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판화와 사진을 접목하거나 청동과 천, 밀납도 그의 재료가 되었다. 피에로판의 이미지들은 드가도 시도했던 동판화 작업에 채색을 덧입힌 작업이다. 모마의 큐레이터로부터 듣는 이야기와 드가를 향한 존경을 담은 일러스트가 절묘하다. 이 두 사람은 200년의 시간을 넘어 근대도시를 탐색하는 산책길에 독자를 초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