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물론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익숙한 소재와 낯선 소재가 만나 제안하는 사건과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은 지금의 상황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반려견과의 동거는 이미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의 일상을 함께 할 생활 로봇의 활약 역시 예측 가능한 미래다. 8살 줄리에겐 3년 전 돌아가신 엄마 대신 일상의 많은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친구도 되어주는 로봇 고미가 있다. 하지만 줄리는 심장이 뛰는 강아지가 갖고 싶다. 줄리의 마음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강아지를 생일 선물로 준다. 줄리는 모든 걸 다 가진 듯 기뻤지만 그 강아지를 모두가 반기는 건 아니었다.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단번에 빼앗긴 로봇 고미는 강아지 주드를 쫓아내기 위한 작전을 쉼없이 시도한다. 머리말에서 밝힌 작가의 의도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이며 함께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였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 인류의 반려가 되어줄 로봇이라는 존재를 함께 등장시키면서 진부함을 벗어나고자 했다. 어쩌면 반려의 진정한 의미를 다각도로 숙고해볼 수 있도록 그런 요소들을 배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방식의 반려가 되어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일상의 불편함을 신속히 처리하는 생활 로봇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존재다. 인간의 행동이나 말에 반응하고 분석하며 판단한 내용을 적절히 전달하는 로봇은 이미 현실화되어 일상에서 만날 수가 있다.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나 인간의 감정에 반응하는 로봇은 2014년에 만들어져 상용화를 앞당겼다. 로봇을 매개로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장이 뛰는 생명을 가진 존재 이상으로 인류의 삶에 스며들 로봇의 출현이 먼 미래가 아님은 확실하다. 그것이 모두에게 행복을 줄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작가가 제안하는 미래는 인류와 로봇의 평화로운 공존인 것 같다. 창조적 상상력과 유머가 넘치는 그림과 스토리는 그림책에서 읽기 책으로 건너가는 다리 역할을 충분히 해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