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하는 핵심적인 행위는 무엇일까? 공정한 선거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새로운 정권에 협력하는 것이다. 칼 포퍼는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면 누가 통치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1년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통령 선거 패배에 불복하여 국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쿠데타를 벌였다. 미국은 오랜 민주주의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공화당 국회의원이 극단적 세력에 동조해 민주주가 퇴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알리고 해결점을 모색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민주주의의 퇴보를 야기하는 ‘권력 이양에 대한 저항’은 두 가지 상황에서 나타난다. 첫 번째, 패배한 정당이 훗날 권력을 다시 찾기 어렵다고 느낄 때, 두 번째, 패배 후 권력의 지지 기반의 위기감을 느낄 때이다.
이러한 저항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수 있다. 남북전쟁 후 투표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이 완성되었다. 1898년,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은 소외받던 흑인들과 소작농도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기존의 권력층인 백인들은 이에 반발하여 붉은 셔츠단을 필두로 대규모 폭력시위를 벌였다.
“여러분은 앵글로 색슨입니다. 내일 투표소에 가서 흑인을 본다면 당장 나가라고 하세요. 그리고 거부하면 그를 죽이세요!”(p.104)
붉은 셔츠단의 워렐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 백인 연합은 투표소로 향한 흑인을 협박하고 학살했다.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는 암흑기에 빠진다.
1960년대 시민권법과 투표권법을 통과시키며 미국은 다시금 개혁의 노력을 단행했다. 이에 반발한 것은 백인 기독교 층이었다. 유색인종의 평등을 향한 움직임이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인종적 보수주의'를 위시하는 전략으로 평등권에 반발하는 백인들의 표를 얻어 장기집권 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사회는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사회는 다변화 하고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다인종 민주주의는 가속화 되었다. 오랫동안 지키던 사회적 지위를 위협받으며 많은 백인 미국인은 스스로를 희생자라고 느꼈다(p.166).
위의 역사적 흐름에서 권력 기반을 보전하고자 반민주주의적 행위를 하는 극단 주의 세력이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만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은 법을 무기로 삼아 그들이 활개치도록 독려했다. 저자는 이러한 부패를 ‘독재의 평범성’이라 명명하고 4가지 예를 든다. 1. 법의 허점을 이용하기, 2. 과도하거나 부당한 법의 사용, 3. 법의 선택적 집행, 4. 정적을 겨냥한 ‘새로운 법률의 집행'이다(p.78 ~ 88).
‘독재의 평범성’의 위협은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났으며 생각거리를 시사한다.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쟁점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남용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개월간 간호법, 특검법 등 야당이 발의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횟수는 25회에 이른다. 민주적인 법안 절차를 정치 권력의 위협이라고 간주하고 과도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외면하는 행위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고, 이에 반발해 2024년 12월 4일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국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역사적 사건은 우리가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민주주의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8장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세 가지 개혁안을 제시한다. 우리는 한국의 상황에 맞게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더욱 많은 ‘충직한 민주주의자'가 생겨나 한국 정치의 발전을 이룩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