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The_BlueDay님의 서재
  • 파리 빌라
  • 윤진서
  • 11,700원 (10%↓650)
  • 2015-05-08
  • : 266


소설을 안 읽은 지가 꽤 되었다. 남이 풀어낸 서사를 샅샅히 파고드는 일을 좋아한다. 소설은 그렇게 접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왔다. 출근 길 엘레베이터에 몸이 끼인 사람을 보게 된 남자, 학원 제자를 다단계에 끌어들이게 된 여자. 조로증에 걸려 외면과 내면 모두 시간을 뛰어넘어 훌쩍 나이든 소년. 서사 속 인물들은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을,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을, 하지만 내가 떠올리지 못하는 문장을 빌어 대신 말해주면서. 그들과 함께 발을 맞추며 한 줄 한 줄 책 속에 파고들던 때가 있었다. 소설에 빚지던 시간들이었다.
요즘 현실은 소설보다 허구같다. 그래서 한국 소설들은 독해져야 했는지도 모른다. 현대인의 분리와 고독, 우울과 좌절에 깊이 파고 든다. 이름만 들어도 번지르르한 상을 탄 작품들은 하나 같이 그랬다. 영어 지문을 독해하는 기분으로 눈으로 밑줄을 치다가 책을 덮는다. 선생님 몰래 답안지를 보는 심정으로 심사평을 읽는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작품이 잘 쓰여진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소설을 읽을 이유는 잃어버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소설 외에도 서사는 여기저기 널려있다. 웹툰과 영화, 게임이 힘써주었다. 바삭하게 마른 에세이와 가볍고 산뜻한 잡지들이 요즘 내 독서의 전부다.
윤진서의 파리빌라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여자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는 여자가 쓴 여자를 위한 소설로 읽힌다. 이 비유에는 어떠한 비하의 의도가 없음을 밝힌다. 주인공은 진실로 사랑하던 남자를 잃고 여행을 결심한다. 여러 나라를 지나고 사람을 만난다.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길 위의 서사가 대게 그렇 듯이, 다시 돌아온다. 이 여행을 함께하면서 끝내 주인공과 교감하는 데 실패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햄버거를 먹는 사실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여자는 내 좁은 시야로 봤을 때 '이상한 여자'일 뿐이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다. 한 마디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고민을 거듭해 기껏 찾은 감정 차이의 원인이 성별이라니. 단순하고 무책임한 접근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짧은 식견으로는 다른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다. 결국 죽을 때까지 나는 여성이 될 수 없을(될 의사가 없기도 하지만) 것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발버둥칠 것이다. 일종의 비극이다. 이 비극의 처방전이 소설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는 것. 이 거룩한 일을 위해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사람들은 그것을 읽는지도 모른다. 평생 나로 태어나 나로 살아가야하는 우리가 소설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사람의 아픔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동정이라 말한다. 그 아픔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우린 공감의 단계로 나아간다. 나는 파리빌라의 주인공을 동정했지만 끝끝내 공감할 수 없었다. 나중에, 세상을 알고 사람을 더 알게 됐을 때 나는 그녀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 예상치 못하게 받아든 숙제에, 소설을 더 읽어야겠다고 다짐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