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서평단] 과거의 향수를 부르는 책 <열세 살의 여름>
"그 편지는 받을 사람 거잖아."
과거의 향수를 부르는 해원이의 방학
본 책은 1998년 여름부터 그 다음 해 겨울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3살에서 14살, 삶에서 가장 먼저 크게 변화하는 기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라는 새로운 세계로의 시작이자 사춘기인 시기인 만큼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에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게 되고, 친구들과의 갈등을 겪고, 가정 형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갈등을 겪습니다. 해원이가 여름방학 중에 만난 산호에 대한 감정이 주된 갈등이면서도, 그 고민만 하지 않고 주변 상황 속에서 휘둘리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표현하는 것도 엄청난 사건이지만, 그 사건 외에도 진아와의 우정, 려희와의 갈등, 피아노에 대한 열정, 갑자기 좋지 않아진 가정 형편까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13살 아이가 느낄 정도의 표면적인 사건들이 등장하는 것이 더욱 그 어릴 때의 저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다 알지는 못하는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 시절이 순수해 보이며, 그랬던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해원이와 저의 세대 차이는 존재하지만! 13살, 14살 아이들이 갖는 공통된 감정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진아와 해원의 진실한 우정
본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한다면, 제가 뽑은 캐릭터는 '진아'입니다.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염없이 휘둘리는 '해원'이의 진정한 친구이자, 다른 친구들에게도 툭 조언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그렇지만 조금의 꼭지에서 진아 역시 친구들과의 갈등에서의 아픔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 갈등을 진아만의 방법으로 해결해낸 것 같습니다. 고백을 머뭇거려 하는 우진이에게 '그 편지는 받을 사람 거잖아.', 또 려희와 친구들과의 갈등에서 고민하는 해원에게 '걔네랑 인연을 끊어.'라는 말처럼, 솔직한 조언을 전합니다. 그 모습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서도 그 인연을 이어 가는 것처럼, 그 친구들의 우정을 보며 최근에 본 영화 <우리들>을 떠올렸습니다. 어른들은 쉽게 아이들은 걱정이 없지라고 말하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모두 그 나이대에 맞는 고민이 있죠. 그 영화를 보면서 떠올렸던 감정을 다시금 생각나게 했습니다. 늘 어려운 사람과 사람 사이, 그렇지만 행복하고자 했던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엿보며, 과거의 친구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 <열세 살의 여름>이었습니다.
(창비 서평단으로 선정하여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