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choieunyoung7017 2023/01/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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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의 죽음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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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2-12-10
: 551
꼬딱지만 했던 불안이 순식간에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또 순식간에 열기구만큼 커져 땅을 딛고 서있는 나를 훌쩍 들어올리는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불안에 끌려 원치 않는 세상 속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느니 차라리 영원히 눈을 감는 게 낫겠다는 절망도 품어 봤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읽었던<관리의 죽음>을 고정순작가님의 그림책으로 다시 만났다.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젊음이라는 가벼움 덕에 그럭저럭 명랑했던 그 시절엔, 주인공의 불안감을 개인이 지닌 섬약한 기질과 사회적 압박의 합작품이라고 정리했던 것 같다.
그림책 속 주인공 체르뱌코프는 불안 그 자체, 즉 불안덩어리다. 그의 머리는 아주아주 사소한 일조차 불안의 전조로 만들어버리기 위해 하루종일 분주하다. 그는 몸뚱이보다 월등히 큰 머리를 굴리며 내면의 불안을 고조시킨다.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겠지?
😥내 사과를 의심하겠지?
😥내가 딴 의도를 갖고 있다 생각하겠지?
😥내가 놀린다고 생각하겠지?
그의 불안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사과를 받는 상대방의 답답함은 점점 고조된다
😐괜찮아요 괜찮아
😮💨허 정말 나는 벌써 잊어버렸다니까
😓거 무슨 쓸데없는 소릴 하는 거야
😤날 놀리자는 거야 뭐야 괜찮다고 했잖아!!
불안함과 답답함이 핑퐁게임을 하다가 마침내 한쪽이 게임을 끝낸다.
😠꺼져! 꺼지라니까!!
그 말은 그대로 주문이 된다. 체르뱌코프는 세상에서 '말그대로' 꺼.진.다. 더이상 불안을 감당하지 못하고 영원히 떠나버린다.
🎨
고정순 작가님의 펜은 체르뱌코프의 내면과 외면을 거침없이 여행한다. 주인공의 불안이, 덜 지워진 스케치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연명하는 동안, 날카롭고 예민하고 위태롭고 위험한 그의 일상이 내 것인 양 아팠다.
공연을 보며 행복했던 첫 장면을 빼면 그는 내내 엉거주춤 서 있거나 두리번거리거나 엎드려 있다. 불안이 너무 심해지면 두 팔로 머리를 감싼다. 어떡하든 묘수를 떠올려야 한다고 머리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것처럼..
펜으로만 그린 여백 많은 그림은 불안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거나 느낄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주인공의 표정과 몸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 불안에 영혼이 잠식당하는 과정을 똑똑히 볼 수 있다.
✔️세상과 조화를 이루려 안간힘을 쓰지만 자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에
✔️머리가 불러오고 마음이 퍼뜨리고 몸이 드러내는 불안을 없애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머리가 왜곡하지 않도록
✔️마음이 흔들지 않도록
✔️몸이 힘빼지 않도록
속표지에 살포시 얹힌 작가님의 불안에 공감받고
면지에 선명히 얹힌 작가님의 사인에 힘을 내본다.
"내 안의 불안에게"
"우리 꺼지지 말아요"
🧑불안과 단짝인 청소년
🧑🦰불안에 스며든 청년
🧑🦱불안에서 못 벗어난 어른
불안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거장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그려내는 고정순작가님의 그림책을 적극 추천한다. 우리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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