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배팅은 불확실한 여러 개의 가능성이 아니라, 확실한 하나에 거는 거니까. 나는 여기에 걸어본다. 우리가 우리 옆에 언제까지고 있어 준다는 데에.(11)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어요?"(54)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언제든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운명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57)
마음이 불편한 장면은 보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왜 자꾸 그 사진을 반복해서 보는지 모르겠어요.(59)
나는 과거를 불태우고 싶은 사람이야. 내가 그 불길 속에 있게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나는 벌써 재만 남은 사람이 되었어.(71)
어떤 경우에는 내가 불을 지르고, 어떤 경우에는 내가 장작으로 쓰이지. 내가 무언가를 쏟아내며 불을 지를 때에도 나는 온통 타버려서 폐지 타는 지독한 냄새와 그을음으로 뒤덮인 사람이 되곤 했어.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장작처럼 타오를 때도 나는 재가 되어 어둠 속에 가라앉아. 괜찮은 걸까. 서로가 마음을 나누는 일이, 서로를 찢어버리는 일은 아닐까. 누군가가 감정의 쓰레기를 쏟아내면 내가 쓰레받기가 되어야 하고 나는 다시 그 쓰레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쏟아내고...... 그렇게 영원히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84)
자기 자신이 중요한 것은 타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타인 없이는 자기 자신도 없다는 것을. 타인이 없고 자신만 있다면 굳이 자신을 지킬 필요가 없는 거니까. 그저 자신이 있을 뿐이니까. 아무도 없이 홀로 남아 있다면 그 존재를 자신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으니까.(86)
생물학적으로는 제가 딸을 낳았지만, 딸은 저를 정신적으로 키우고 있어요.(97)
함께 울어줄 수 있을 텐데.(121)
나도 네 딸의 마을이 되고 싶어.(128)
결혼하고서도 나는 종종 홀로 이상한 해변에 던져져 있어. 그가 남기고 간 발자국도 하얀 포말에 지워지지. (136)
너 때문에, 너라서, 나는 지옥에 있어도 견딜 수 있는 거야(147)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은 약자의 희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 한쪽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결국 모두가 파멸로 간다는 것을. 약자를 억압하는 행위에서 자신마저 부서진다는 것을.(166-7)
사람은 언제나 미지수여서 일종의 신비로움과 고통을 동시에 품고 있는 존재가 이날까. 그래서 규정이 의미 없어지는, 정말 이상하고 이상한 무엇이 아닐까.(212)
이제, 미지수인 나 자신과 인간에 대해 천천히 접근해보려 해.(214)
사람은 언제나 미지수여서 일종의 신비로움과 고통을 동시에 품고 있는 존재가 이날까. 그래서 규정이 의미 없어지는, 정말 이상하고 이상한 무엇이 아닐까.(212)
이제, 미지수인 나 자신과 인간에 대해 천천히 접근해보려 해.(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