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page2417 2024/05/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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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임
- 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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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4-05-07
: 221
#움직임 #조경란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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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어떻게 가족이 되는 걸까, 새삼 멍한 마음이었다. 혈연의 방식으로 가족이 된 우리는 선택지가 없다. 바꿀 수 없고, 없던 것처럼 될 수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 방식이 참으로 가혹하다 생각한 적도 많았다. 행복한 가정이 부럽기도 했지만 들여다보면 각각의 이유로 불행한 가족들도 많았다. 뜻하지 않게 결합된 가족이란 애당초 그런 것일까, 가족이란 이름 아래 뭉쳐졌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의 결을 타고난 사람들.. 우리는 가족일까, 타인일까.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스무살의 ‘신이경’이다.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를 따라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할아버지, 이모, 외삼촌이 새 가족이 되었지만 밥상 앞에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 것조차 불가능할 만큼 서로 각각의 시간을 살아간다. ‘나’는 새로운 가족 안에서 외롭다. 할아버지나 외삼촌의 도시락을 싸거나, 세들어 사는 목욕탕집 앞에 있는, 누구도 돌보지 않는 화단을 돌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그런 일을 이곳에서 찾을리 만무하다. 집 안에서 떠돌거나, 가끔 집 밖으로 할아버지와 삼촌 도시락을 챙겨 나가거나, 하루 두번 기차가 들어오는 역사안에 가 앉아 있을 뿐이다. 이곳을 떠나고 싶다. 그럼에도 ‘이경’은 다시 목욕탕집 세 사는 방으로 돌아온다.
혼자인 것만 같은 감정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인간은 결국 혼자가 되지만 중간 중간의 삶의 여정에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제 스무살이 된 이경이 엄마를 여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내려온 마음은 혼자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타인 같은 가족 안에서 이경의 외로움은 극에 달한다. 내가 문득 문득 정말 이 세상은 혼자구나, 라고 느끼는 외로움과 같은 걸까. 우리는 어쩌면 완벽한 타인일지도 몰라, 하고 깊이 생각하게도 되는 건 혼자라고 느끼는 그 외로운 순간 때문일 것이다.
이경에게는 목욕탕집 화단이나, 우편물 하나 오지 않아 타지 사람임이 분명하다 확신하는 맞은편 남자의 존재와 그 남자가 머무르는 ‘방’이 유일한 위안이자 안식처다. ‘나’의 정체성을 확인 받고 새로운 미래를 꿈꿔볼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삶의 좌절은 시시때때로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 ‘이경’에게 무감했던 이모와 맞은편 방의 그 남자는 한날한시에 떠나버린다.
제목 ‘움직임’ 속에서 ‘가족’의 존재와 의미를 더듬어 본다. 바꿀 수 없고 버릴 수도 없으며 없던 것처럼 될 수도 없는 가족. 사고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어느날 갑자기 집을 떠나버린 이모. 떠나고 싶었으나 결국 떠나지 않고 남게된 ’이경‘은 ‘삼촌’과 새로운 가족이 된 삼촌의 그녀와 그녀 뱃속의 아기와 새로운 가족이 된다.
소설은 떠나버린다고 해서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맞춰가면서, 내가 조금씩 변화하기도 하면서, 틀이 생기고 형태가 갖춰지기도 하다는 것을 ‘가족’의 변화로 보여준다. 다시 화단에 꽃씨를 뿌리기로 결심한 ‘이경’이 외로움과 두려움의 시간을 딛고 가족을 향해 뻗어나가는 그 움직임이 움츠러들었던 나의 외로움을 일으켜 세웠다. 할아버지의 생신날에 밥상을 중심으로 다같이 모인 새로운 가족이 조금씩 서로에게 움직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좀 더 불행이 비껴가고 행복이 그 자리를 채우기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다시 우리는 외로워질테지만 그것만이 끝이 아님을 소설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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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후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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