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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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 딕
- 허먼 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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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 - 2024-04-09
: 7,912
#모비딕 #허먼멜빌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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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이슈메일 이라고 해두자‘. 이 소설의 인상적인 첫 문장이다. 기존판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손보면서 새로이 탄생된 김석희 번역가의 전면 개역판인 이번 <모비딕>은 8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150여개나 주석을 더 추가하기도 하고, 지도나 포경선의 구조, 작가 연보, 옮긴 이의 덧붙임 등 풍부한 자료들이 더해진 탓이다. 이 방대한 책 속에 길고 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항해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이라는 이 여정 곳곳에 고래와 포경에 대한 다채로운 지식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실제 작가 ‘하먼 멜빌’이 포경선의 선원이었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엄청난 자료를 찾아 모두 기록으로 실어낸 것이라 한다.
방대한 분량만큼 <모비딕>은 때로는 아득한 어려움이기도 했고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작가 하먼 멜빌이나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번역해 낸 김석희 번역가의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노동을 생각하면서 문장을 음미하고 헤아려 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김석희 번역가의 말처럼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의미를 준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책이 상징과 은유가 다양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결코 쉽게만 읽히지 않은 모비딕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소설의 내용적으로는 흥미진진하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다양하지만 크게 셋으로 요약된다. 흰 고래 모비딕과, 과거에 모비딕으로부터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 작가 멜빌의 대변자이자 화자인 이슈메일. 거대하고 신비로운 고래를 보고 싶어 포경선 ‘피쿼드 호’에 올라타게 된 이슈메일이 복수를 하기 위해 흰 고래 모비딕을 쫓아 대서양으로, 인도양으로, 태평양으로 추적에 추적을 거듭하는 에이해브 선장과 그의 선원들과 함께하며 지켜보고 서술해 나가는 이야기다. 고래가 보고 싶었던 이슈메일과 고래에게 복수한다는 일념으로 항해를 놓지 않았던 에이해브 선장의 고래에 대한 다른 노선 또한 이 소설의 다양한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소설의 결말과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설은 누구도 원치 않았던 비극으로 치닫는다. 에이해브 선장의 복수의 심장은 물거품이 되고야 만다. 거대한 바다의 한 가운데서 모비딕은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슈메일을 통해 그 비극을 곰곰 더듬어 보면 인생이란 참으로 씁쓸하고 참담한 것이었다. 에이해브 선장이 ‘악‘이라 증오시했던 모비딕과의 처절한 결투를 지켜보며 과연 선과 악을 명확히 가를 수 있을까 하는 허무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광기, 집착은 얼마나 나약하게 스러지고 마는가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겸허함을 느꼈다. 이 <모비딕>이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는 해석 또한 이 작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범상치 않은 <모비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있어 김석희 번역가의 주석이나 옮긴 이의 덧붙임, 부록 등이 참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모비딕 번역에 혼이 담겼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고 한 김석희 번역가의 노고가 너무나도 느껴지는 책. 모비딕을 항해하는 일은 인간이란 존재와 자연의 섭리를 다시 한번 마주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바다 같은 소설 <모비딕>. 다시 또 다시 읽을 날을 기다린다. 인생의 항해 또한 계속될 것이니.
<120p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가 끝난다는 것은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는 뜻이니, 두 번째가 끝나면 세 번째가 시작되고, 그렇게 영원히 계속된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노고인 것이다.>
<760p 지나간 내 생애의 거센 파도여, 저 아득한 곳에서 밀려와 내 죽음의 높은 물결을 더욱 높게 일게 하라!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너와 끝까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의 한복판에서 너를 찌르고,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증오를 담아서 뱉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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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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