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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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룸
- 이선희.천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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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 - 2023-09-26
: 149
#백룸 , 이선희와 천희란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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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의 근대 여성 작가 이선희와 현대 여성 작가 천희란의 만남. 이선희 작가의 두 편의 소설과 천희란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만날 수 있다.
이선희 작가의 첫번째 소설 <계산서>는 짧지만 강력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절름발이가 된 화자인 ‘나’는 비록 다리 하나를 잃었으나 자신의 마음의 바다 위에 있던 오직 하나의 섬인 ‘남편’이 있음을 위안하였건만, 어느새 부부에게는 어둠이 온다.
차라리 남편의 다리 하나가 어떤 사고에 의해 없어지기를… 그래서 서로 동등해지기를 바랐던 아내의 마음.
그러나 남편이 야밤에 매어보는 ‘새 넥타이’는 그녀의 마음을 가열차게 휘두른다. 그로 인해 ‘우리 생활의 총결산‘을 정직하게 계산할 필요를 느낀 아내는 남편의 다리 하나가 아니라, 남편의 목숨값을 원한다. 이것이 모든 아내 된 자의 계산서일 거라는 그 아찔한 결론은 통쾌하고 강력했다. 아내된 사람들의 희생, 인내의 다른 길에 남편의 욕심, 권력이 대치되어 있는 그 아이러니함을 새삼 성찰하며 그 계산서에 서린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고 또 헤아려보는 소설이었다.
이선희 작가의 두 번째 소설 <여인 명령>은 책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호흡이 긴 소설이다. 그래서였는지 이 소설에 가장 빠져들어 읽었는데 ‘숙채’의 삶의 변모 양상을 추적하며 읽어야 하는 소설이었다. 근대화된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여대생 숙채와 유원의 연애, 유원의 징역살이로 인해 좌절되는 그들의 결혼, 숙채와 김의사의 결혼과 그들의 죽음이라는 서사 속에서 한 여성의 삶에 서린 그 시대의 모습, 가부장제의 모순, 연애와 결혼 제도 등에 대해 다각도로 면면을 살필 수 있었다.
특히 숙채가 유원에게 요구하는 그 마지막은 압권이었다.
천희란 작가의 소설 ‘백룸’은, 읽었는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고, 또 다시 읽고 싶다. ‘백룸’이 가지고 있는 그 의미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면 책의 마지막에 실린 해설을 꼭 읽어야만 하는데 그걸 깨치게 되면 천희란 작가가 소설에서 그리고자 한 세계가 더 잘 느껴지고 보인다.
소설 ‘백룸’에서 게임 백룸을 플레이하는 ‘나’와 레즈비언 애인을 둔 ‘나’의 삶을 비교하며 읽는 것이 소설의 관건이었다. 소설은 규범적으로 통용되는 것들의 곳곳에 소수의 선택이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그 소수의 사랑 또한 잘못된 방식 위에 세워진다면 좌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스스로를 부족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연애라면 그것을 이별하겠다는 ‘나’의 선택이 나는 굉장히 놀라웠다. 비단 소수의 사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 너머를 그리고자 한 작가의 그 마음이 읽혔기 때문에.
그래서 뒤이어 읽게 되는 에세이 ‘우리는 이 다음의 지옥도 찾아내고 말 테니까’는 완벽하게 좋았다. 이선희 소설을 이어 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가 답할 수 없는 질문 속으로 내던져지는 경험이기를 바랐’다는 마음도, ‘페미니즘은 도리어 유토파아의 도래를 계속해서 후퇴시키는 동력이어야 한다’는 답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예외를 위해 그래서 그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선택한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감동스러웠다.
천희란 작가가 정의한 이선희 작가처럼, 두 사람은 한계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지옥을 찾아나선, 찾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백룸 너머의 세계, 보이지 않지만 있는 세계, 믿어야만 하는 그 세계, 설령 그곳이 새로운 지옥일지라도, 새로운 미궁일지라도 그녀들은 지옥을 밟고 미궁속으로 뚜벅뚜벅 향했고 또 여전히 걸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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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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