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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 E. 커밍스 시 선집
  • E. E. 커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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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5
  • : 570
E.E. 커밍스는 난해한 실험성과 특유의 형식미로 유명한 시인이라고 한다.나는 <커밍스 시 선집>에서 커밍스의 '사랑과 사랑의 신비'에 대해 이야기한 시 모음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의 시는 전위적이라 평가 받지만 그는 결국 사랑과 인간 경험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삼고 그들의 일상성을 넘어서 신비로운 본질에 대해 사색하고 탐구한다.

커밍스의 형식은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있다. 기존의 구조화 된 시에 비해 자유시 구조, 구두점, 대문자 사용등은 단어와 문장들이 작가의 손을 넘어 스스로 말하는 듯 자발적으로 느껴진다. 그 낯설음은 시어의 모호함을 더욱 해석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리듬에 몸을 맡길 때 읽는이는 오히려 사랑의 예측 불가능함과 운명의 불확실성 그리고 자연의 변화, 우주의 광활함을 어느새 감각하고 수용하게 된다. 무지하고 나약한 개체가 커밍스의 주문 같은 말들을 읊조릴 때, 어느새 내가 닿고자 하는 무언가와 합일화 되는 경지에 이르름을 실감한다.

커밍스의 사랑의 신비를 노래한 시들에서, 사랑으로 시작하여 결국 생과 영원을 노래함이 경이로움과 숭고함 사이를 오가는 기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늘 기도에 응답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커밍스는 연인과의 마법 같은 꿈의 완성을 기대하며 읽는이를 추상의 세계로 초대했다가, 결국 꽃, 나무, 하늘, 계절과 같은, 사그러 들지만 다시 부활하는 자연의 순환 속으로 안내하는 듯 하다. 읽는이는 응답 받지 못한 기도는 상실이 아니라 추구임을, 나를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 몸을 맡길 때 내재한 힘과 생이 완성됨을 깨닫는다.

입체주의 화가이기도 했던 커밍스는 주제를 기하학적 형태로 분해하는 훈련을 했을 것이다. 입체주의 그림은 분해된 파편들의 조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과 불쾌를 불러 일으키지만, 결국 그 의도는 작가가 가장 드러내고자 하는 본질에 가까운 것임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는 시 마저도 단어와 부호를 분해하여 입체주의 그림처럼 그려내는데, 그 행위는 시의 경계를 무너 뜨리며 결국 우리가 보는 것과 읽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되묻고 있는 것만 같다. 무엇이든 새롭게 보아야 비로소 제대로 보인다. 다면적 관점에서 커밍스의 시들을 들여다 볼 때면 우리는 사랑이 언어로만 말해질 수 없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커밍스는 형식을 파괴하며 우리가 단지 시어에만 집중하지 않기를, 그저 느끼기를 그리하여 나만의 느낌을 따르며 스스로의 만든 행로에 따라 정수에 가닿기를 원한 것만 같다. 결코 한 방향으로만 보아서 알 수 없는 커밍스의 시들은 그렇기에 맨 첫 행부터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조차 없을지 모른다.

확신할 수 없는 사랑 속에서 구애하고, 소망하는 커밍스 시의 끝단락 마다 만나는 증류된 한 문장은, 사랑과 그 대상을 해,달, 별, 새, 비, 장미 등의 자연에 은유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한 존재의 사랑이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연약하지만 확실한 노래를 택하고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 볼 수 있다"고 쓴 커밍스는 삶의 아이러니 속에서 두 존재가 연결됨의 의미를 보여주는 듯 하다. "나 자신으로 보이는 것들을 당신을 통해 잃으면서 나는 믿기 어려운 정도로 내 것인 자신들을 발견한다. 슬픔 자체의 기쁨을 넘어 희망하는 일의 바로 그 두려움을 넘어"라는 커밍스의 말은 결국 모든 것의 양면성과 극단의 조화를 암시하고 있다. 커밍스의 시의 실험에 기꺼이 동참한다면, 우리는 커밍스의 시의 무질서함 속에서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하다가도 그 파괴적인 자유로움을 나와 본질을 재발견하는 방향으로 이끌수 있게 된다. 빛 속에서도 달과 별을 보고, 어둠 속에서도 태양을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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