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컴플렉스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서동시집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18,000원 (10%↓1,000)
- 2024-03-25
- : 419
이 책의 번역가의 해설에 따르면 괴테가 <서동시집> 창작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1815년 5월 16일)를 썼다고 한다. "나의 의도는 유쾌한 방식으로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 페르시아적인 것과 독일 적인 것을 서로 연결하고 양쪽의 풍속과 사고방식을 서로 겹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나는 괴테의 이 말을 보고, 갑자기 1834년 파리 살롱에서 전시된 들라크루아의 <알제의 여인들>이 떠올랐다. <알제의 여인들>은 들라크루아가 모로코 여행 중 하렘의 여인들을 슬쩍 들여다 보고, 스케치 한 후 정작 그림속 모로코 여인은 ‘파리의 여인’을 모델로 했다는, 모로코 여인들의 아름다움과 이국적인 풍경을 표현했다고 하지만 왠지 수상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다. 들라크루아가 동경했고, 작품으로 구현해낸 동방은 실제일까, 그의 관념일까. 동방의 이국적인 문화를 작품으로 표현하려는 서방 예술가들의 의도를 아무리 '선의'로 해석하려고 해도, 그들이 '세계시민주의'의 관점을 당시에 가질 수 있었을지 계속 의문이 생긴다.
그렇기에 아무리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런 '동경'이 결국 '제국주의'를 외면하고, '식민주의'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페르시아 시인과 독일 시인간 '화합'의 시도에 대해 자꾸 불편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페르시아 시인은 정작 그런 '만남'과 '화합'을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오랜 시간을 이어 온 페르시아 시인의 인간과 생과 사랑에 대한 보편적 메세지는 결국 관계의 타자성에 대한 의심을 내려 놓게 하고, 괴테의 진정성을 다시 들여다 보게 한다. 우리의 지난하게 반복되는 삶과 운명의 심판은 결국 같은 삶을 살아간 예술가의 예술로 위안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쓸모 없기 위해' 태어난 예술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렇게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된다.
역시 예술가인 괴테는 <서동시집>에서 '사랑의 모티프'를 중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책 중에 가장 이상한 책은 / 사랑의 책이라. / 내 그 책 꼼꼼히 읽어 보았더니 / 기쁨일랑 몇 쪽 안 되고, / 책 전체가 고통이로다." 에서 사랑의 본질에 대한 괴테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얼마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되새기면서 스완의 사랑과 마르셀의 사랑이 기쁨 보다는 고통이, 이해 보다는 질투로 점철된 것을 어떻게 사랑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사랑이 타자에게 가닿아가는 여정이라면 결코 온전히 그에 도달할 수 없을 뿐더러, 사랑에 사로잡힌 나는 '나' 중심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 마음의 충동과 동요는 오로지 나의 '욕망'에 집중하게 하며, 나는 사랑을 통해 나의 욕망을 욕망하고, 그 욕망이 해결되면 또 다시 다른 욕망을 찾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랑'에 대한 기대는 결국 동방이 안식처이자 도피처가 된다는 괴테의 오리엔탈리즘적 사고와 비슷하며 그 환상을 무너뜨리고 추악한 진실과 마주해야 욕망이 아닌 진정한 사랑에 이르게 될 것이다. 고대 페르시아 종교인 배화교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보여주는 ‘성속일치’의 세계관 속에서.
'인생이란 얄궂은 장난'이고, '세월이 그대에게서 많은 걸 앗아 갔노라고', 하지만 '내겐 충분이 남아 있어! 이념과 사랑이 그것이지'라며 '다정하기'를, '기억보다는 현재를 어서 즐겁게 택하라'는 괴테의 목소리는 페르시아 시인이 전하는 울림을 넘어 또 몇백년을 뛰어 넘어 이렇게 전해진다. 얄궂음과 아이러니, 그리고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점철된 일상 속에서 이런 글귀들을 만나며 결국 페르시아 문명의 흥망성쇠와 서구 세계의 오만함과 반성을 떠올리고 모두의 운명이 같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괴테는 숙연한 사색만을 권유하지는 않는 듯 하다. 그가 편지에 썼듯, '유쾌한' 방식으로 모든 대립된 것을 연결하려고 했듯이, <서동시집> 곳곳에 보이는 괴테의 유연함과 위트에 괴테라는 대문호의 명성에 대한 높은 장벽이 허물어짐을 느낀다. 그는 "우리 모두는 취해 있어야 하느니! 사랑에 넘치는 삶은 근심 걱정 있게 마련, 포도주는 이 근심 걱정을 깨어 버린다네."라고, "술 마실 줄 모르는 자는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너희 술꾼들도 잘난 척 말라. 사랑할 줄 모르면 술도 마시지 말아야 하니까." 라며 취함과 사랑을 권유한다. 술과 사랑에 대해 이런 태도를 가진 그와 함께 술잔을 앞에 놓고 대화하고 싶어진다. ”떫은 포도주로 몸을 망치지 말고, 좋은 술만 마시라“는 그의 말을 순순히 따르면서.
#도서협찬 #도서제공 #세계문학 #세계문학추천 #고전문학 #서동시집 #괴테 #하피스 #을유문화사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