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ne>에 대하여-다이앤은 다이앤 도어 도리넥
"이 곡은 지금껏 내가 작곡한 곡 가운데 가장 예쁜 곡일 것이다 - 나처럼 거대하고 거친 세계 속에서 무엇인가를 해내려고 노력하는 여자를 그린 곡이다. 난 그녀의 슬픔 (이 부분은 맨 위의 알토 색소폰으로 그렸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인생이 혹독하고 잘 풀리지 않아도 그녀가 가진 예술적 힘과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신념의 힘(이 부분은 밑에 깔린 테너 색소폰으로 그렸다)을 보여 주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아는 화가다. 난 이곡을 그녀를 위해 작곡했는데 한동안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364쪽.
<Tijuana Mooda>가 녹음된지 5년만에 찬사를 받고, 모린 멜로이에게 음반 한 장을 선물로 보내면서 남긴 메모
"친애하는 친구에게. 정신이 또렷해서 잠들지 못할 때 나타나는 악몽의 환상이나 밤낮없이 잠들 때 나타나는 또 다른 환상처럼 자주 나타나는 이들 꿈과 희망은 진실로 우리가 누군가를 무의식 속에 찾아 나섰던 연습들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보여 줬으면 좋겠어. (...) 우린 모두 지속되는 아름다움을 알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실이나 사랑 혹은 무엇이든 시장 가격이 없는 것을 담기엔 너무 작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세상의 방식은 진실, 사랑으로부터 멀다는 것이야. 하지만 진실하게 그것을 스스로 찾으려는 마음은 신성하고 다른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어.
추신. 사랑과 함께 채즈가", 448쪽.



약 1000여 페이지 분량의 이 책을 반 정도 읽으면서 이 두 편지를 읽는 순간 그의 삶과 철학이 이 안에 다 압축되어 있다고 느꼈다. 폭력적이고 과격하다는 그에 대한 평가는 그의 복잡한 내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캐릭터화한 것일뿐, 그는 그런 오해들과 비난, 좌절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스트라빈스키, 드뷔시, 라벨의 음악을 참고하고, 주변인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역할을 스스로 믿도록 무의식 속의 잠재력을 끌어내려고 한 예술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잭 케루악과 앨런 긴즈버그의 비트 제너레이션의 태동, 프란츠 클라인과 잭슨 폴록 등 뉴욕 화단의 등장 , 'LSD를 이용한 영적인 모임' (찰스 밍거스는 그들과 친분은 있었으나, LSD는 거부했다.), 로자 파크스의 반인종주의 운동 촉발,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비폭력적 시민권 운동, 케네디 대통령의 당선 등 지금도 알만한 그 시대 문화적 기후를 바뀌게 한 유명한 사건들 한 가운데 찰스 밍거스가 있었던게 놀라웠다. 한편 지금도 여전히 유명하거나 사라진, 당시에 막 문을 연 뉴욕 클럽들의 목록을 보면서 클럽의 상세한 주소 덕분에 나도 마치 뉴욕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빌리지 뱅가드, 파이브 스팟, 덴, 쇼플레이스 등등. 그곳에는 뉴욕주의 사립인문예술대학인 바너드 칼리지Barnard College의 여학생들이 와서 밤을 새고, 뮤지션들과 대화를 나누고 했다는데, 그런 젊은날을 보낸 여학생들은 어떤 할머니가 되었을지 너무 궁금하다. 책의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1950년대 전후가 배경이라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데, 지금 우리가 익숙한 재즈의 원형과 전형성이 이미 그때 다 완성되어 있으며 우리가 이름을 알만한 재즈 뮤지션들이 그때가 전성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트 문인들과 뉴욕 화단의 화가들은 자신들이 '무의식'을 파고 든다고 보았는데, 그들과 교류한 찰스 밍거스도 자신의 삶과 음악은 '자전적인 충동' 에 따라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가 주변인들에게 편지로 전해주려고 했던, '자전적인 충동'을 신뢰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음악 등의 예술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호소하는 것이고, 또 우리가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혹은 스스로 지켜내야 할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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