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맹’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나 텍스트, 그리고 그 함의를 바르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역량이 없거나 떨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대화의 맥락을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맥락맹’이라고 한다. 디지털 혁명 이후 빠른 속도로 발달한 문명, 스마트폰의 보급,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정보, 인터넷 사용 시간 증가로 인해 문해력 감퇴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고 있다. 매체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저하 문제를 꼬집으며 ‘앞으로의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낮은 문해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낸다. 보이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 이러한 세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통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하기, 글쓰기와 같은 훈련법도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에 대한 문제다. 최연호 교수의 『통찰지능』은 물음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내놓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세상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성공적으로 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통찰지능’ 개념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IQ + EQ < InQ. 이것이 무엇에 관한 부등식인지 궁금해할 것 같다. IQ와 EQ는 알겠는데 InQ는 낯설다. InQ는 내가 새로 만든 약어로 Insight Quotient, 즉 통찰지수다. 아직 구조화된 통찰 지수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터넷에 통찰력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검사가 돌아다니고 있긴 하다.
IQ, EQ는 익숙한 개념이다. 대한민국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 치고 IQ 검사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살면서 ‘넌 EQ가 부족하니?’ 내지는 ‘EQ가 뛰어나구나!’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IQ와 EQ의 개념이 멈춰있는 동안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했다. 다원화와 다층화의 세계, 여러 갈래의 맥락이 중첩하고 교차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개념들로는 이 세상을 돌파할 수 없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그리고 ‘통찰지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바로 ‘통찰지능’이라는 것이다.
내가 사는 이곳은 복잡한 세상이다. 나이가 지긋하게 든 분들은 예전엔 아무렇지 않았다고 늘 말씀하신다. 인터넷이 열리고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파묻힌 우리는 정말 복잡하게 살아간다. 이 복잡계 시대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세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IQ만으로 복잡계를 헤집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EQ만 강요당하기에는 매번 나 자신만 손해 보는 기분이다. 주변을 보면 나보다 똑똑하지도 않은데 세상 풍파를 잘도 헤쳐나가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그들은 어떤 능력을 더 갖고 있기에 성공할 수 있는 걸까? 디테일 말고 큰 틀에서 그것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있다. ‘통찰’이다. 현대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통찰지능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맥락을 읽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힘이다.
그렇다면 ‘통찰지능’, 그게 뭐길래. 개념만 보면 통찰지능을 지닌 사람은 이 세상 어떤 역경이든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당연히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이 개념은 성균관의대와 삼성서울병원 교수인 최연호 교수가 연구 인생 30년을 갈아 만든 결과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 이면에 있는 맥락과 속사정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자는 것이다. ‘더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본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상황, 오래된 설화나 이야기, 의학적 진단의 상황 속에서 주도면밀하고 기민하게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통찰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이 책은 설명하다. 당연히 눈만 깜빡하면 눈앞에 배달음식이 오듯 손쉽게 취득할 수 있지는 않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저자 최연호 교수는 독자에게 손을 내민다.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통찰지능을 차근차근 배워나가 보자고 말이다.
통찰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이 책이 차근차근 그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피상적인 통찰만으로 살기에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상황 전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하고 이는 수많은 경험과 긴 시간을 요구한다. 이론과 현장학습을 통해 또는 독서와 토론을 통해 통찰은 느껴질 수 있다. 핵심으로 들어가려면 표면을 통과해야 하는데 사람으로 따지면 통증 감각이 발달한 피부층을 뚫어야 하는 것과 같다. 아파야 한다. 인내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보는 데 공짜는 없다.
눈부신 한강의 기적,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안정기에 점차 접어든 우리나라는 평균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서 ‘얼마만큼 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잘 사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강연과 방송들, 성공하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어떻게 하면 탁 트인 시야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뇌의 근력 운동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통찰지능』하면 된다. 이 책 한 권이면 통찰지능의 개념부터 사례를 통한 학습과 훈련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