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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몬트 서곡

어떤 계기가 생겨 읽는 중인 김소진 산문집 '그리운 동방'에 고양이가 나오길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후 엄마 생각이 나버린다. 대학 시절 과 학회지에 발표한 글이다. 2부 습작 편에 실려 있다.

사진: UnsplashFemke Beirens


삼십대에 요절한 고 김소진 작가가 참여한 '서른 살의 강'(1996)을 찾아둔다.







고양이의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일이 있는가? 고것의 요상스런 눈빛만 아니었더라면 난 울 필요까진 없었을 텐데. 그놈이 꼼짝도 않는 게 수상쩍었지. 아, 그리고 고것의 눈동자를 안경도 안 쓴 눈으로 째려보자니 눈이 아려서 그득히 고인 시거운 눈물을 고개 돌려 찔끔 짜내고 보니 고놈의 얼굴이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던 거지. 바로 사람 말이야. 그러자 무심코 바라봤던 고것의 눈동자가 애처로운 빛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덩달아 들지 뭐야그래. 이건 뭐 개떡같은 빌어먹을 건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지 또 뭐야. 엄마의 얼굴을 그때 떠올리다니.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가 최면에 걸리고 있었다는 말이 맞대니까. 축 처진 눈꺼풀 아래 얼빠져 구르는 엄마의 퉁방울 눈이 어떻게 사람을 호리도록 야무진데다 칼날처럼 곧추 찢어진 그놈의 눈동자와 닮아 보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응, 그러고 보니 콧잔등은 좀 닮은 듯도 싶었다. 아무리 그렇지만……
항상 내가 잠이 드는 밤늦게야 노가다판에서 돌아오는 엄마. 먼지가 뽀얗게 앉은 머릿수건을 풀지도 않은 채 어느새 나를 안고 소리죽여 흐느끼던 엄마. 눈물은 째째한 장부나 흘리는 것이기 때문에 난 안 울었지. 그때 눈물을 간신히 참고 바라보았던 엄마의 눈물이 흥건했던 눈동자.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그놈의 눈동자에서 엄마의 눈동자를 연상해냈던 것은 인정해야만 되었다. 나는 소름이 온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을 전율하면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 소외(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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