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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몬트 서곡
박완서 추모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전에 읽은 책인데 오늘 어떤 연유로 인해 수록작 중 함정임 작가의 '그 겨울의 사흘 동안'을 다시 읽게 되었다. 형식은 콩트 그러니까 짧은 소설이지만 내용은 회고담에 가깝다.

Sweet Peas, 1922 - Eleanor Fortescue-Brickdale - WikiArt.org


*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과 세트로도 판매되고 있다.

UnsplashAnnie Spratt


cf. 고 박완서 작가의 '그 가을의 사흘 동안'(1980)은 '환각의 나비 -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박완서의 문학상 수상작'과 '대범한 밥상|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에 실려 있고 영어판과 불어판이 출간되었다. '행복'(1998)은 함정임 작가의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테라스에는 보라색 스위트피가 아침 햇살을 받아 생기롭게 피어 있었다. 한겨울에 스위트피라니. J는 집주인 노부부의 얼굴을 떠올려보다가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가 테이블에 놓인 스위트피 향을 맡았다.

그 시절 선생님은 홀로 기다리고 있다가 J를 맞이하곤 했다. 선생님은 J를 거실보다는 부엌 식탁으로 데리고 갔다. 다과를 가운데 놓고, 원고와 책 이야기 이외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J가 선생님 댁으로 들어갈 때는 환한 오후였는데, 나올 때는 어둠이 내린 저녁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J는 선생님과의 식탁에서의 장면을 꿈결인 양 되짚어보곤 했다. 편집자와 작가, 까마득한 후배 작가와 대작가와의 만남이라기보다는 연애 중인 딸과 엄마, 갓 시집간 딸과 친정 엄마 사이의 애틋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수다의 향연이었다. J만이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음을 훗날 선생님이 쓴 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우리는 동업자끼리나, 저자와 기자 사이로 만난 게 아니라, 엄마 말 안 듣고 고생길로 들어선 딸이 겨우 행복해진 걸 보고 대견하게 여기는 엄마와 딸처럼 마주 앉았던 게 아니었나 회상됩니다."

이 글의 제목은 박완서의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을 오마주한 것이고, 본문에 인용된 글은 박완서의 「『행복』에 부치는 글」(함정임, 『행복』, 중앙M&B, 1998. 발문)임을 밝힌다. - 함정임 _ 그 겨울의 사흘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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