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면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혼자서 브랜디를 마시며 책을 펼친다. 처음 일주일 동안에 『안나 카레니나』를 연거푸 세 번 읽었다.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그곳에는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그 장대한 소설에는 다양한 수수께끼와 다양한 시사가 가득 차 있었다. 세공細工한 상자처럼 한 세계 속에 더 작은 세계가 있고 그 작은 세계 속에도 좀 더 작은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들이 복합적으로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우주는 내내 거기에 있으면서 독자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기껏해야 그중 한 조각밖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것을 분명하게 꿰뚫어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톨스토이라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독자가 무엇을 읽어내기를 원했는지, 그 메시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소설로서 결정結晶을 이루었는지, 그리고 그 소설의 무엇이 결과적으로 작가 자신마저도 능가해버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