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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몬트 서곡


'매일매일 채소롭게'(단단)로부터 옮긴다. 채소 수프를 끓이긴 귀찮지만 글로 읽으니 편해서 좋구나.

사진: UnsplashVictoria Shes







혼자인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 가고, 나는 조금씩 천천히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 해 보지 않았던 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고, 이 많은 일을 혼자 아무렇지 않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이제서야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가끔 어떤 날들은 버겁기도 했는데, 그런 날에는 집에 돌아와 냄비 가득 수프를 끓였다. 수프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수프를 바라볼 때가 있다. 수프는 공기 방울을 보글보글 뿜어내며 끓고 있고, 나는 이 수프를 바라보고 있고, 지금 이 수프를 바라보는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이 평화를 즐긴다. 어쩌면 이런 것도 명상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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