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떤 색도 초록만큼 이 행성에 홀로 버려진 것 같은 외로움을 표현해주지 못한다. 초록은 세상의 명예이자,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색이다. 또한 색의 출발점이자 총체이자 자랑이다. 초록은 색의 영혼이다.
초록은 죽음이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 이것들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우리는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 나는 안다. 그것도 정확히 안다. 꽃피는 봄은 시간이 갈수록 인간에게 점점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는 사실을. 봄이 되면 만물은 수분을 흠뻑 머금고, 온통 초록으로 춤을 춘다. 그러면 인간의 모든 일이 환한 대낮의 미친 짓거리처럼 이상해 보인다. 사실 초록에도 광기 같은 것이 있다. 꽃을 피우는 것도 광기가 아니면 뭘까? 파르르 떨리는 반짝임은 광기다. 분명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