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영화는 절대 혼자서는 안 봐요."
영화가 끝난 후, 뒷자리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함께나 보니까 보았다는 말이다.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래, 맞아. 이런 영화를 어떻게 혼자 봐.’
‘나와 함께 7년 넘게 영화를 보아 낸 사람들이라면 이 〈그을린 사랑〉도 보아야 한다.’
끝까지 영화의 배경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줄거리는 전쟁이 보여 주는 것 자체, 아니 그 이상이었다. 우리는 황석영의 소설 『손님』에서 어떤 전쟁보다도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것이 내전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을린 사랑〉은 레바논 내전이 배경이었다.
원작자와 감독은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고 강조한다. 정치적 갈등을 피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풀어가기 위해서 익명의 공간으로 설정했다지만 영화의 실제 사건은 70년대 이후의 레바논 내전이다. 한 국가 아래 기독교도와 모슬렘이 40년에 걸쳐 수백, 수천, 수십만 명의 사람을 죽여 왔다. 지긋지긋한 전쟁.
가장 종교적인 지역에서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전쟁이 그치지 않는 것은 인간과 종교의 제대로 된 단면을 보여 준다. 종교적 삶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배타적인 용기는 타 종교를 절멸시키기 위해 신명을 다하게 한다. 그런 분쟁의 핵심에는 정치와 종교와 권력이 일체가 된 정치인들의 땅따먹기식 패권 싸움이 있을 것이며 석유와 돈을 좇는 서방세계의 이권개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자녀를 낳고 그 땅에서 뿌리를 내려 번영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청년들은 사랑을 나누어야 하고 부모들은 일하고 노인들은 존경을 받으며 집안에 기거해야 하지만 레바논의 땅에서 그런 것은 철저히 파괴되고 불살라졌다. 콘크리트 건물은 화염과 총탄에 뒤덮였던 때를 말해 주듯 해골의 눈처럼 새까맣게 뚫린 창들과 그을린 벽체로 서 있다. 그런 집들, 빌딩들이 가득한 저곳은 분명 수만 명이 살던 도시일 것이다. - 복수의 고리를 끊는 처참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