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란 인간사(人間事)와 풍물과 산천, 삶의 모든 것의 추억이 묻혀 있는 곳이다. 보호를 받고 의지하던 20세 안쪽의 시기, 삶을 위한 투쟁 이전의 서로가 순결하였던 기간의 추억은 보석이다. 그것은 내 인생의 모든 자산이며 30년간 내 문학의 지주(支柱)요, 원천(源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30여 년, 원주(原州)서 5년간 뜨내기 생활을 하며 나는 고향을 찾지 않았다.
얼마 전 어느 분에게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고향에 가면 나는 더욱더 이방인이 될 것이다."
급격하게 변한 세태를 고향 땅에 가서 보고 싶지 않다는 뜻도 있고 20세까지 고향도 나도 수정같이 융화되었으나 40년 가까이 산천도 인심도 변했으려니와 나도 40년의 먼지를 쓴 사람이다. 40년 세월에서 면도날같이 사람을 보게 된 내 불행한 눈에 사물이 어떻게 비칠 것인가. 또 40년이 지나 찾아간 내가 그곳 분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세월의 도랑을 생각하면 그 생소함을 나는 도저히 견디질 못할 것만 같다.
고향에까지 가서 의식의 의상을 걸친다는 것은 끔찍스럽다. 그립고 사랑했던 곳이기 때문에. - 17. 고향에 가면 더욱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