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눈을 보고 있으면 포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뜻한 이불솜을 연상시켜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절기의 흐름 안에서 보면 이것은 착각이 아니다. 가을 막바지에는 열매가 실하게 영글고 건조한 기운이 꼭지를 말린다. 이어 열매는 땅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겨울, 씨앗은 자신의 원래 자리었던 땅과 재회한다. 이 씨앗이 봄에 싹으로 트려면 어떻게든 겨울을 넘겨야 한다. (중략) 눈은 씨앗을 살포시 덮어 씨앗이 동사(凍死)하지 않도록 잘 지켜 주다가, 양기가 동할 때는 몸을 녹여 물기를 대준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눈’이다. - 대설, 아낌없이 주는 눈 ● 대설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