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무대는 공산주의가 붕괴되어가던 1980년대 헝가리, 방치된 집들은 무너져가고 갈 데 없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남아 하루하루 극도의 가난을 버티며 살아가는 어느 해체된 집단농장 마을이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원제국의 유산인 귀족의 성과 저택이 있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폐허로 남았을 뿐이다. 그리고 어느 시월의 아침, 이제부터 끝없이 내릴 가을비의 첫 방울이 떨어지던 날, 후터키는 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사탄탱고》는 역사적으로 동구 공산권이 해체되기 이전인 198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부조리하고 희극적인 카프카적 관청官廳 장면을 거쳐, 소설은 두 개의 장에 걸쳐 우울하고 묵시록적이면서 우스꽝스러운 음주 장면을 묘사한다. ‘사탄탱고’는 작품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선 술집에 모인 사람들의 가련하고 희극적인 열광의 춤판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술집 장면은 극적이고 희망적인 반전이 아닌, 돌이킬 수 없이 하강하는 세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