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나엘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올림피아의 밀랍 얼굴에는 눈알이 없었고 대신 그 자리에 시커먼 구멍만 파여 있는 모습을 너무나 똑똑히 본 것이다. 올림피아는 생명 없는 인형이었다. 스팔란차니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유리 조각들에 머리, 가슴, 팔이 찔려 피가 샘솟듯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안간힘을 다해 말했다.
"저놈을 쫓아가, 빨리 쫓아가라고, 뭘 꾸물대는 거야? 코펠리우스, 코펠리우스가 나의 최상품 자동인형을 빼앗아 갔어. 20년 동안 작업한 인형이야. 신명을 바친 거라고. 기계 장치, 언어, 동작, 모두 내 거야. 눈알, 네게서 훔친 눈알이야. 망할 놈, 저주받을 놈, 저놈을 쫓아가, 올림피아를 데려와, 여기 눈알이 있군!"
그때 나타나엘은 피투성이 눈알 한 쌍이 바닥에 떨어져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보았다. 스팔란차니가 다치지 않은 손으로 두 눈알을 잡아 나타나엘을 향해 던지자, 눈알은 나타나엘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 모래 사나이